폭풍을 만났을 때 키잡이를 알아본다 [고두현의 인생명언]
입력
수정
고대 로마 스토아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의 <섭리(攝理)에 관하여(De Providentia)>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말은 고난과 위기의 순간에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확인된다는 뜻이다. 평온한 시기에는 누구나 배를 몰 수 있지만, 폭풍이 닥쳤을 때에야 진정한 키잡이(조타수)의 실력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 사상과도 연결된다. 세네카는 “어려움과 고난은 인간의 덕을 시험하는 기회”라며 “역경을 견디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인물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디세우스와 스키피오 등 영웅적인 인물들을 예로 들었다.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트로이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10년 동안 온갖 시련을 겪지만 끝내 이겨냈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고대 로마의 장군. 제2차 포에니 전쟁 때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에 맞서 위기의 로마를 구했지만 정치 무대에서는 무참하게 패배했다. 그를 질시한 로마 원로원으로부터 뇌물수수죄로 처벌되는 등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세네카는 이들을 통해 “영웅은 고난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과 “진정한 강자는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시련이 닥쳐야 진정한 용기와 인격이 드러난다” “고난을 피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아 성장해야 한다” “위대한 사람들은 어려움을 원망하지 않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가르쳤다.
세네카 자신도 그랬다.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그는 몇 번이나 유배를 당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겪었다. 네로의 견제와 미움으로 머잖아 죽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는 친구이자 제자인 루킬리우스에게 대화 형식의 글을 썼는데 그게 바로 <섭리에 관하여>다.
이 글에서 그는 “만일 신의 섭리가 존재한다면, 왜 불행한 일들이 선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선한 사람도 역경을 겪는데 이는 신이 그들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강한 검이 불 속에서 단련되듯이, 훌륭한 사람은 고난 속에서 더욱 빛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나무는 자주 바람에 휘둘리지 않으면 굳건하지도 튼튼하지도 못하오. 나무는 괴롭힘을 당함으로써 튼튼해지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리지요. 양지바른 골짜기에서 자란 나무는 쉬이 꺾이고 마오.” 강건하고 성숙한 영혼이 되기 위해서 역경은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불은 황금을 시험하고, 역경은 강한 사람을 시험한다”는 명언도 5절에 나온다.
그의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도 적용된다. 경제 위기 속에서 기업의 진짜 리더가 드러나고, 어려운 스포츠 경기에서 진정한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한다. 그러니 우리 인생에서 강력한 폭풍을 만나더라도 움츠러들거나 도피하지 말자. 이때야말로 나의 진정한 능력을 알게 되고, 그만큼 성장하며, 강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두현 시인 kdh@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