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슬로베이나에 이어 '웨스팅 IP 합의' 영향
"기자재 수출 등 실리적 접근이 유리할 수도"

한국수력원자력이 네덜란드 신규 원전 수주전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에 따라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된 게 아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은 수주가 임박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과 소형모듈형원전(SMR)에 집중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19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2022년 제일란트주 보르셀 지역에 1GW~1.65GW급 신규 원전 2기를 새로 짓는 방안을 밝혔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한수원과 프랑스 전력공사(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을 초청해 1차 기술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한수원이 올해 진행될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서 빠지기로 하면서 수주전은 프랑스 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체코 신규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네덜란드 사업엔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이 유럽 지역 원전 수주전에서 발을 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수원은 지난 2월 슬로베니아 전력회사 젠에너지가 추진하는 2.4GW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에도 불참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폴이 발주한 원전 건설 사업에서도 철수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에 체결한 지식재산권(IP) 합의에 따라 한수원이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분쟁이 종료된 덕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지만, 대신 유럽 시장 전체를 넘긴 격이 됐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유럽 시장을 웨스팅하우스가 맡고, 그 이외 지역은 한수원이 진출하도록 합의한 게 아니냐는 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한수원이 유럽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직접 수주하지 않더라도 국내 대기업 위주로 원전 기자재 수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실리'를 챙기는 게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수원이 직접 수주하는 대신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의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팀코리아가 아닌 코러스(팀코리아+US) 차원의 협력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전 업계에선 웨스팅하우스가 IP 기업이 되면서 시공 경험이 떨어졌고,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불가리아 원전 사업에 현대건설을 초청했고, 스웨덴과 슬로베니아 수주전에서도 한국 건설사와 협력하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