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세컨더리 관세'…트럼프 막무가내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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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원유 수입국에 25% 부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제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세컨더리 관세’(제3국 관세)를 꺼냈다.
'최대 수입국' 중국에 치명타
對中 관세 60%까지 오를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산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25% 관세를 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관세는 다음달 2일부터 시행되며, 베네수엘라산 석유나 가스를 산 나라는 마지막 구입 시기부터 1년 동안 미국에 제품을 수출할 때 25% 추가 관세를 적용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게시한 글에서 이를 세컨더리 관세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압박하는 배경에는 최근 사법부와 갈등을 빚은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방 사건이 있다. 1798년 제정된 외국인 적대법을 이용해 이들을 추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법부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층 강경한 기조로 베네수엘라를 비판하며 “베네수엘라는 의도적이면서 기만적으로 수많은 범죄자를 미국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나라에 대한 25% 관세가 기존 관세에 더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계속 수입하면 현재 추가 관세(20%)에 25%가 더해진다는 뜻이다. 기존 관세율을 10%대 중반으로 본다면 중국의 대미 수출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55~60%에 달한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의) 새로운 공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미국은 자국 기업이 베네수엘라의 유전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베네수엘라와의 석유 거래를 제한하는 등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석유나 가스 판로까지 틀어막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조치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타격을 받고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주요 고객인 중국 인도 스페인 이탈리아 쿠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하는 원유가 거의 없어 직접 타격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도 있다”며 유화적 태도를 취했다. 또 앞으로 며칠 내 추가 관세를 발표할 것이며 이는 “자동차, 목재, 반도체와 관련돼 있다”고 했다.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먼 미래가 아니라 매우 가까운 미래”라고 밝혔다.
▶ 세컨더리 관세
특정 국가와 거래하는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다른 국가도 제재하는 제3국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빗댄 것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