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은 작가.실력만 있다면 미술 세계에서 국적은 중요치 않다. 최재은 작가(72·사진)가 단적인 예다. 한국 출신인 그는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활동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1995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에 일본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했다. 2016년에는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계를 주제로 제작한 작품을 통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초청받기도 했다.
지금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 2,3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연국가’는 최재은이 어떤 작가인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전시다. 3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병풍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그 안에 작가가 숲을 산책하며 수집하고 말린 풀과 꽃잎들이 들어있다. DMZ의 생태계와 관련된 설치 작품과 드로잉들도 함께 나와 있다.
'새로운 유대'.
'종자 볼 매뉴얼'.
'숲으로부터'.2관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2관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회화 작품들에는 낙엽과 꽃잎 등을 재료로 직접 만든 안료가 칠해져 있다. 가운데 적혀 있는 ‘Sarrr’(사르르), ‘Huuuu’(후우우) 등은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바람소리 등을 음차한 것이다. ‘나무’를 주제로 한 2층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쓴 시와 함께 흑백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작가는 “자연은 인간이 필요 없지만 인간에겐 자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