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8.2㎞로 번지는 '괴물 산불'…지리산·주왕산까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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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적의 64% 잿더미·이재민 4만명 육박…역대 최악
성인 남성이 달리는 속도로 확산
경북 북부 산불 진화율 70%대
사망자 28명으로 갈수록 늘어
안동·청송·영양·영덕 특별재난지역
의성 등 단비…울주 온양은 진화
강원도까지 위협하는 경북 의성 산불이 동해안을 따라 확산 중인 가운데 경남 산청 산불도 지리산국립공원에 진입한 뒤 강한 바람을 타고 본산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소량의 비가 내리며 진화됐다.
◇진화율 70%대…의성에선 굵은 빗방울
산림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은 안동, 청송, 의성, 영덕, 산청, 전북 무주 등이다. 특히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성인 남성이 달리는 속도(시속 8~12㎞)인 시속 8.2㎞로 급속히 확산해 산림당국이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역대 가장 빠르게 확산한 2019년 강원 고성 산불(최고 시속 5.2㎞)보다 빠르다고 산림청은 설명했다.
사망자도 잇따르고 있다. 22일부터 확산한 산불로 영덕 9명, 영양 6명, 안동 4명, 청송 4명, 의성 1명 등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진화 헬기 추락으로 조종사 1명이 숨졌고 산청 산불로 진화대원 4명이 숨져 영남 지역 산불로 최소 28명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6시께부터 의성 산불 현장에 기다리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등 동해안 지역 곳곳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로 인해 주불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추가 확산이나 다른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울주 온양 산불 현장에도 오후 8시께부터 비가 내리면서 오후 8시40분께 엿새 만에 진화가 완료됐다.
◇“1호 국립공원 사수하라” 방어 총력
산림당국은 지리산, 주왕산 등 국립공원 일대에 산불 저지를 위한 방어선을 구축하는 등 총력 저지에 나섰다.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북진해 지리산 천왕봉을 불과 4.5㎞ 앞두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축구장 56개 크기인 국립공원 40㏊가 불에 탔다. 주왕산 인근 대전사 등에선 불길이 한때 수백m 앞까지 접근했다. 산림청은 “제1호 국립공원을 지켜야 한다”며 헬기 50대, 진화 인력 1200여 명을 긴급 투입했지만 험한 산세와 강풍으로 진화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무주에선 새로운 산불이 발생했다. 전날 부남면 한 주택에서 시작된 산불이 야산으로 번지자 산림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인근 주민은 대피했고 산림 약 80㏊가 소실됐다. 안동시는 이날 “산불이 남후면에서 시내 방면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불길은 1만여 명이 모여 사는 안동병원 일대 도심까지 불과 8㎞ 지점에 접근했다. 정부는 이날 안동, 청송, 영양, 영덕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산불이 영양, 영덕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울진과 포항도 긴장하고 있다. 울진에는 건설 중인 2곳의 현장을 제외하고 총 8기의 원자력발전소와 조선시대 궁궐을 지을 때 쓴 금강송 군락지가 있다. 울진군은 영양에서 넘어오는 산불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영양 명동산에 소방 인력 30여 명을 배치했다.
권용훈/안동=오경묵 기자 fact@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