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관, 佛대기업에 경고 서한
DEI 폐기 고삐…디즈니도 조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해외 기업에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ABC방송 등 미디어그룹을 단속 중인 트럼프 행정부가 DEI 정책 금지 캠페인을 프랑스 등 유럽으로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받아들일 수 없는 개입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주재 미국대사관은 최근 일부 프랑스 대기업에 DEI 정책을 금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준수하라고 경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해외 기업도 미국 정부 공급업체이거나 서비스 제공업체라면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이 적용된다는 논리다. 서한과 함께 대사관은 기업에 행정명령 준수 여부를 입증할 ‘해당 연방 차별금지법 준수에 관한 인증’이라는 설문지를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AFP는 해당 기업이 5일 안에 이를 작성해 회신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서한을 받았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항공 및 방산, 컨설팅, 인프라 업체 등이 이런 요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 그룹도 이 서한을 받았다.

프랑스 재무부는 이날 “프랑스 기업의 포용 정책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은 (미국의) 정당화될 수 없는 관세 위협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프랑스와 유럽은 우리 회사와 소비자, 가치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으로 미국을 향한 감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프랑스 당국은 미국의 개입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 기업은 여성, 소수자, 장애인 직원 비율을 높여 인적 구성이 프랑스 사회의 인구 구성을 따를 수 있도록 수년간 노력해왔다. 아미르 레자 토피기 프랑스 중소기업연합회(CPME) 회장은 “프랑스 주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정치 및 재계 지도자가 이에 맞서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언론·문화계 탄압도 본격화했다. 전날 브렌던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디즈니와 디즈니 산하 ABC방송의 DEI 정책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27일 문화재단 스미스소니언의 박물관과 국립동물원에서 ‘부적절한 이념’을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미국 역사에 진실과 정신 회복’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스미스소니언협회 이사회에 참여해 교육 및 연구센터, 국립동물원 등 모든 영역에서 행정명령 이행을 위한 활동을 감독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무부는 학생 비자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의 SNS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테러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신청자는 배제할 방침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