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3억 적자인데, 전기료 年 1900억"…합금철 선두 기업도 못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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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
전기료 포퓰리즘 부메랑
(上) 지역 뿌리기업 '폐업 속출'
DB메탈 동해공장의 눈물
3년간 산업용 전기료 2배 뛰어
전기로 11기중 9기 가동 멈춰
류기종 업무지원팀장은 “2022년까지만 해도 최대 가용 능력(42만t)의 71% 정도를 생산했지만 현재 가동률은 5분의 1 수준인 10%대에 그치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료가 3년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게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 3년 만에 전기료 부담액 두 배로
그러다 2023년부터 세계 경기 둔화 속에 중국·인도 철강 생산량이 급증하자 위기가 시작됐다. 이 시기에 산업용 전기료 부담도 가중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여섯 차례 산업용 전기료를 올렸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주택용 전기료는 동결하거나 찔끔 올리면서 표에 도움이 안 되는 산업용 전기료만 인상한 것이다. 그 결과 DB메탈 같은 회사가 부담하는 산업용 전기료(‘을’요금 기준)는 2021년 말 ㎾h당 105.5원에서 지난해 말 185.5원으로 76% 급등했다. 여기에 계절·요일·시간별 전기료 할증이 붙어 DB메탈의 전기료 부담은 폭증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산 합금철이 유럽 시장 등을 잠식하면서 한국산 합금철은 설 자리를 잃었다. 2023년 DB메탈 합금철 매출의 42.4%(1358억원)를 차지하던 수출액 비중은 지난해 18.4%(269억원)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 전기료 부담액 증가로 수익성은 추락했다. 2023년 6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28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726억원에서 1455억원으로 40% 수준이 됐다.
DB메탈 관계자는 “매년 영업손실을 내는 상황에서 전기료로 수백억~수천억원을 쓰긴 어렵다”며 “전기료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동률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기업들 “전기 직거래 허용해야”
DB메탈을 비롯해 전기로 사용 기업들은 전기 직거래를 통해 전기료를 줄이려 했다. 2023년 강릉·동해·삼척상공회의소와 7개 제조기업이 협의체를 구성해 GS동해발전 같은 인근 발전사와 전기를 직거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치권에 건의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그러나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었다. 이 법안이 송전제약 발전사업자와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신설’될 경우에만 개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동해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동해안 화력발전소 가동률이 평균 20%에 불과해 대부분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발전소 전력을 직거래할 수 있으면 서로 이득일 텐데 기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없게 한 개정안 때문에 기업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동해=은정진 기자 silver@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