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비판에…한화 "상속세는 4개월 주가 평균, 조작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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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사라진 ㈜한화 주가 크게 올라
금감원은 "승계와 유증 관계 설명해야" 압박
1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한화는 전날 대비 2250원(5.49%) 오른 4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하루 전보다 7.34% 오른 67만3000에 장을 마쳤다. 한화솔루션(8.15%)과 한화오션(3.43%), 한화시스템(5.76%)도 일제히 올랐다.
업계에선 김 회장의 지분 증여로 ㈜한화 기업 가치 평가에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보고 있다. 전날 김 회장은 보유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키로 했다. 김동관 부회장에게 4.86%,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에게 3.23%씩 준다.
지분 증여 전 삼형제가 승계를 위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합병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럴 경우 ㈜한화의 기업 가치를 낮춰 삼형제에게 유리한 합병 구조를 만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형제의 지분이 높아진만큼 ㈜한화의 가치를 낮출 요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이번 증여로 사실상 ㈜한화의 1대 주주가 됐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 회장이 지분 50.0%를 보유 중인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22.16%를 포함해서다. 승계 후 지분 9.77%를 합할 경우 김 부회장의 ㈜한화 의결권은 20.85%에 달한다.
다만 ㈜한화의 지주사 전환은 상당 기간 늦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사장과 김 부회장의 계열 분리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이번 승계와 유상 증자 간 관계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신청을 한차례 반려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의 모회사가 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한다. 외국 정부와 협상하기 위해선 한화오션과 모회사의 신용등급이 중요한데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모회사 요건(지분 30% 이상)을 갖추게 된 것이다.
신용평가 기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등급은 BB+로 투자 고위험에 해당하는 한화오션(B+)보다 높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경쟁사인 라인메탈(BBB+)이나 탈레스(A)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부채비율 등을 낮게 유지해 신용등급을 올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부회장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 49명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총 9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SNS에 한화그룹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을 했다. 이 대표는 “3조 6000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하루 만에 13% 하락해 개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며 “같은날 모회사(한화)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는데 오늘 그룹 총수께서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는 글을 올렸다.
한화가 유상증자를 통해 주가를 고의적으로 낮춰 상속세를 덜 내려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지분 증여로 인한 상속세는 이달 30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 주가의 평균 가격으로 결정된다”며 “유상증자로 하락한 주가가 회복하고 있는만큼 최종 상속세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