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中企 침체 직격탄…기업대출 2.5조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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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3월 이례적 감소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이 모두 전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에만 2조원 넘게 줄었다. 통상 대출을 죄는 연말을 제외하고 기업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줄어든 것은 2020년 6월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다.
연초 공격 대출 나서는데
분기 말 CET1 비율 관리 강화
내수 얼고 경기침체 영향도
지난달 가계대출은 1.8조 증가
연말이 아닌 시기에 은행권 기업대출 규모가 축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2월은 은행들이 연초에 세운 대출자산 성장 목표를 거의 달성하고 신년 계획을 세우는 시기라 기업대출 증가폭이 작거나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연초엔 은행권이 모두 대출 확대 경쟁을 펼친다. 코로나19로 극심한 경기 침체가 닥친 2020년 6월(-8840억원) 이후로는 12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 기업대출이 전월 대비 감소한 적이 없던 이유다.
평소와 달리 지난달엔 영세한 개인사업자뿐만 아니라 대기업 대상 대출마저 줄면서 기업대출이 감소로 전환했다.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달 1조6254억원(1.0%) 줄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제외) 잔액은 4658억원(0.1%) 감소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달 4024억원(0.1%) 줄어 작년 11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연말이 아닌데도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이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은행들이 분기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를 강화한 점이 꼽힌다. CET1은 은행의 건전성과 배당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대출을 많이 늘리면 CET1이 떨어진다.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들이 지난해부터 줄줄이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면서 1분기 마지막 달인 3월에도 연말처럼 기업대출을 소극적으로 취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도 영향을 줬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은 “작년 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이후로 내수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어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올해 초 대출을 받는 대신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많이 조달한 점도 기업대출 감소를 이끈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1조7992억원(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월(3조931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하지만 2월 중순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급증한 주택 거래가 아직 가계대출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매매계약 이후 1~2개월 시차를 두고 나가기 때문이다.
정의진/박재원 기자 justjin@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