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에 美서 가격 올리나?…현대차·기아 "인상 없다" 일축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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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뇨스 사장, 3일 기자들과 만나 밝혀
"현대차, 가격 경쟁력 유지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앞서 25%라는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상호관세가 면제됐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효과가 사라지면서 미국 수출량이 많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세 사정권 든 현대차그룹..."美서 가격 경쟁력 유지할 것"
지난해 한국 자동차 생산 대수는 413만대로, 이 중 278만대가 수출되며 그 비중은 67%에 달한다. 전체 수출 차량 중 미국으로 가는 자동차 대수는 143만대로 전체 생산의 35%, 전체 수출의 51% 수준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가 적용될 경우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약 63억5000만달러(9조2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현대차그룹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KB증권에 따르면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자동차에는 약 1225만원의 관세가 붙으며 이 중 40%는 미국 소비자가, 60%는 현대차·기아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현지 차량 판매 가격이 올라가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판매 대수도 지난해 대비 6.3%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KB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이익 감소 폭을 각각 3조4000억 원, 2조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현지 차량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다. 무뇨스 사장은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미국에서 현재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관세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면서 "현대차는 고객 가치를 창출한 오랜 역사가 있고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 또한 가격 인상에 대해 부인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같은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 등을) 얘기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공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3만대), 기아 조지아공장(35만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30만대)를 운영하고 있다. 100만대에 이르는 생산 규모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준공식을 연 HMGMA의 경우 생산 규모를 50만대까지 늘릴 경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관세가 없었을 때보다 오히려 5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의존도 높은 한국GM은 존폐위기
국내 생산량 중 대미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GM은 존폐위기에 몰렸다.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등 미국 현지 시장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을 앞세우고 있는데 관세로 인해 가격이 오르면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GM은 지난해 기준 생산 물량의 84%가 대미 수출 물량이었을 정도로 미국 의존도가 높다.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임직원 미팅에서 "회사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왔으며 한국 사업은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혀 철수설을 일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 산업·에너지 분야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한다는 현대차그룹 계획을 지렛대 삼아 정부가 적극 나서 관세 유예 또는 면제를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은 지난 1일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진행한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와 관련해 "어려움에 직면할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각 산업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 조치를 긴급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