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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웩, 이 털 누구꺼야!" 검정 머리망 알바생 '세미'의 발칙한 반란

아트바젤 홍콩2025서 '최고의 신진작가' 스타덤
맥도날드 감자튀김 포대로 작업해온 신민 작가

'유주얼 서스펙트(유력 용의자)' 연작 드로잉과 조형 등
P21 갤러리서 '으웩, 내 음식에 머리카락!' 전시

저임금 고강도 여성 노동자들의 '머리망'과 감시카메라
냉동 감자를 담았던 누런 종이 포대, 그 위에 연필로 낙서하듯 그려낸 수 많은 여성들이 벽을 둘러싼다. 한결같이 머리를 질끈 묶고 흰 마스크를 한 이름 모를 사람들. 부릅뜬 눈은 동공까지 훤히 보여 적잖이 놀란듯, V자를 그리는 눈썹은 있는대로 화가 잔뜩 난듯 보인다. 눈동자는 어디를 보는 지 알 수 없다. 제맘대로 시선이 돌아가 있어서다. 전시 공간을 차지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설치 한 점. 굵은 머리털이 듬성듬성한 두상 조형물의 주인공은 검정색 리본 달린 머리망.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여성 노동자들의 군상이다. 그의 이름은 '민정'이다.
Installation View_image courtesy of P21, 사진 안천호
이 작업은 지난 3월 말 열렸던 아트바젤 홍콩 2025에서 전 세계 신진작가 22명(팀)과 경합해 ‘MGM디스커버리즈상’의 첫해 수상자가 된 신민 작가(40)의 ‘유주얼 서스펙트’ 연작 중 하나다. 오는 12일부터 5월 17일까지 서울 이태원동 P21 갤러리에서 ‘으웩! 음식에서 머리카락! (Ew! Hair in My Food)’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Installation View_image courtesy of P21, 사진 안천호
신 작가의 작업은 분노에서 시작됐다. 검정색 리본 달린 머리망과 놀라거나 다소 질린 표정의 캐릭터들이 끝없이 변주된다. 생계를 위해 작가가 카페와 음식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씨앗이 됐다. 일터에서 매일 산더미처럼 쌓여 버려지는 감자튀김 포대 포장지를 반복해 붙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반복해 노동자들이 받는 감시, 자아가 억압되는 현실을 표현했다. 9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신민 작가는 “이 작업은 노동자의 머리카락에 담긴 인간 노동의 이야기”라고 했다.
Shin Min_MGM Discoveries Art Prize_Image Courtesy of MGM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에서 가장 민감한 건 민원, 혹은 별점이죠. ‘유주얼 서스펙트’는 ‘유력한 용의자’라는 뜻인데, 고객 민원이 올라오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머리카락을 흘린 범인'을 찾아내는 일이 빈번했어요. 고용주들은 짧은 머리를 한 여성을 채용할 때 기피한다거나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도록 일종의 '두발 규제'를 하기도 하고, 머리망을 강제하는 건 다반사였죠. 학력과 지식에 상관 없이 다이소에서 머리망을 사서 뒤집어 쓴 채 최저시급 서비스 노동부터 시작하는 우리들의 이야깁니다."
신민 작가 '유주얼 서스펙트' 연작 photo by Mihyun Son
신민 작가 '유주얼 서스펙트' 연작 photo by Mihyun Son
홍익대에서 기계 시스템디자인 공학을 전공한 신 작가는 200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작업해 왔지만 이름이 알려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동안 전국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전전하며 옮길 때마다 생계를 위해 인근 가게에서 수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가족들조차 그 동안은 뭘 하며 사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대안공간을 찾아 작품을 알리고, 전시를 열지 못할 땐 독립잡지 '월간 사진기'를 펴내기도 했다. SNS를 통해 작품을 부지런히 올리면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공감의 메시지를 잔뜩 보냈고, 그때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Shin Min, Downward Facing Dog Yoga for Mcjob(2014) McDonald’s french fries sacks, Styrofoam, 308 x 200 x 153 cm,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by Hyoseob Jung
지난해 부산현대미술관과 북서울미술관 단체전과 창원국제조각비엔날레에 참여했고, 프리즈 서울에서작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2월 처음으로 상업화랑인 P21과 소속 계약을 맺었다. 2022년 중학교 미술 교과서 개정판 <미술과 사회 (동아출판사)>에 '미술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를 주제
로 실리기도 했다.
Shin Min_Usual Suspects(2025) courtesy of P21, photo by Mihyun Son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직에 밀집된 여성의 현실은 작가의 자화상이자 시대의 청사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단지 비판적이거나 고발하는 서사에 그치지 않는다. 작품을 만들며 종이에 소원을 적어 붙이고, 또 그 위에 종이를 바른다. 소원의 내용은 친구의 안녕을 기원하거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거나, 실향민들을 위로하는 말들이다. ‘오백나한상’을 작업할 땐 찰흙으로 본을 뜰 때마다 입술 가까이 조각을 가져와 기도하듯 읊조리며 하나씩 조형했다. 이번 전시 작품 ‘민정’의 뒷면에도 “털난 노동자들이여 로봇팔을 본받아라”는 등의 위트 있는 텍스트가 눈에 띈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계와 인간이 다른 점 중 하나를 털에 빗댄 문장이다.
Shin Min, Semi Series(2022).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by Hyoseob Jungjpg
신민은 퍼포먼스에도 능하다. 부산현대미술관 ‘능수능란한 관종’에서 드래그 아티스트 모지민과 함께 퍼포먼스 ‘일할 땐 핸드폰 할 시간이 없어서 틱톡 릴스를 찍을 수 없잖니. 그렇다면 CCTV야 우리들의 춤을 봐!’를 선보였다. 스타벅스를 상징하던 초록색 앞치마를 하고 머리망을 한 신민과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모어가 함께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노동자를 감시하기 위한 CCTV의 의미를 전복해, 해방의 도구로 활용하는 퍼포먼스였다. 실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CCTV앞에서 신나게 춤을 추기도 했다는 그다.

“삶에서 CCTV 같이 자신을 감시하고 검열하는 존재들을 떠올리며, 오히려 그 앞에서 춤을 추고 자신을 뽐내는 걸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혼자 조각하는 것보다 100배는 재미있었어요.”

그의 대상들은 여자 아이들에서 시작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미술계 노동자들까지 확장해가고 있다. 신민 작가의 작품을 두고 일각에선 미학적이지 않고 너무 직관적이기만 하다는 평가도 있다. 공대를 다니며 같은 학교 미대 수업을 청강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온 그는 "미학적인 것에 관심은 없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단순히 분노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내 생각과 감정을 언어화하기 좋은 수단으로서 미술을 택한 것이다"고 했다. 가장 취약하고 찢어지기 쉬운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Shin Min,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by Mihyun Son
"꾸미고, 멋지고, 우아한 것을 삭제하고 미학적인 것을 오히려 배제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연필과 종이는 어쩌면 가장 부숴지기 쉬운 존재인데, 그런 점이 인간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약한 소재이지만 덧붙이고 쌓아갈수록 점점 더 강하고 단단해지는 점이 매력적이죠. 비싼 재료를 화방에서 사서 쓰면 실패할까 두려워서 작업이 잘 안되는 측면도 있고요.(웃음)"

신민은 예술가이자 노동자, 여성, 연대자, 기도하는 사람이다. 신민은 지난해 11월 춘천 레지던시를 끝으로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홍콩에서의 수상을 계기로 마카오 MGM에서의 전시도 곧 앞두고 있다.

"자본주의의 끝인 카지노에 제 작품이 전시된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거기에도 수많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자들이 있을 텐데, 지나가다 한번씩 통쾌한 감정, 공감의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물론 예술 역시 자본 없이 마음껏 꿈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저는 20년간 부딪치며 깨달았으니까요."

그의 7평 작업실에는 이런 메모가 적혀 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 왜 그것을 하는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미술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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