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차이로 '굿바이'…67세 전설의 퇴장에 기립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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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마스터스!
마스터스 2승 베른하르트 랑거
마지막 대회서 1타차 커트오프
최고령 본선행 기록 앞에서 스톱
"회원이 버린 클럽으로 골프 시작
여기까지 온 건 동화같은 일"
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마스터스 2라운드는 랑거의 인생과 마스터스의 역사에 중요한 기점이 될 무대였다. 그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 마스터스로 삼겠다고 공언해 왔다. 커트 통과 시 최고령 본선 진출자 기록을 새로 쓸 수 있었다. 해당 기록은 프레드 커플스(미국·63세 187일)가 갖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3승, 유러피언투어 42승 기록 보유자인 랑거는 1985년과 1993년 두 번의 메이저 우승을 모두 마스터스에서 거뒀다. 지금은 시니어 무대인 챔피언스 투어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날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새 역사에 다가선 듯했다. 12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중간 합계 이븐파를 만들어 예상 커트 통과 기준인 2오버파를 훌쩍 웃돌았다. 하지만 15번홀(파5)에서 샌드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이 내리막 경사에 떨어져 물에 빠지며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랑거는 완벽한 티샷을 쳤지만 회심의 파 퍼트가 2.5㎝가량 비껴가며 3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42번째 마스터스를 마무리하는 퍼트를 마친 뒤 그는 모자를 벗고 관중에게 인사했다. 그린 끝에서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그를 맞았고, 가족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랑거는 이번 대회 이틀간 자신의 가방을 들고 매 홀을 함께 누빈 막내아들 제이슨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독일 바이에른주 작은 마을에서 자란 랑거는 아홉 살 무렵 돈을 벌기 위해 캐디로 일했다. 회원이 버린 클럽으로 골프를 시작해 프로 선수까지 됐다. 그는 “다른 이들의 골프를 돕는 것으로 먹고살 줄 알았던 내가 세계 최고 대회에서 두 번의 우승을 거둔 것은 동화 같은 일”이라며 “매 홀 페이트런의 기립박수에 눈물을 참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15번홀에서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긴 클럽을 잡겠느냐’고 묻자 “그래도 했던 대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 샷은 완벽했다. 목표한 지점에 정확히 떨궜지만 바람이 도와주지 않았다”며 “그게 골프다. 가장 멋진 게임이지만, 때로는 가장 잔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