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이 동지로…포스코·현대제철, 美관세 맞서 '쇳물' 합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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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2위 철강업체, 해외 공동투자·생산 검토
철강 '코리아 원팀' 성사되나
◇ 라이벌이 손잡고 ‘관세폭탄’ 돌파
이런 두 회사의 관계를 ‘파트너’로 돌려세운 건 바로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지난달 발효된 ‘수입 철강재 25% 관세’를 이겨내려면 현지 생산 외엔 다른 방법이 없어서다. 미국 루이지애나에 일관제철소를 건립하기로 한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힘을 합치면 투자 리스크를 대폭 줄일 수 있고, 포스코 역시 미국 진출 숙제를 단번에 해결한다. 윈윈이란 얘기다. 두 회사의 공동 투자가 성사되면 “국내 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코리아 원팀’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포스코는 오래전부터 미국 제철소 건립을 놓고 고심해왔다. 10여 년 전 검토한 앨라배마 열연·냉연 공장 설립 프로젝트는 높은 인건비 등이 부담돼 접었고, 얼마 전까지 들여다본 미국 철강사 지분 투자 및 합작법인(JV) 설립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흐지부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프로젝트가 터져 나오자 포스코는 ‘경쟁사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반감을 갖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봤다. 미국 시장 진출이란 해묵은 숙제를 우회적으로 해결할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제철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국내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에서 철강을 잘 아는 ‘큰손’을 우군으로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말 1조7000억원에서 작년 말 1조3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렇다고 ‘트럼프 관세폭탄’에 대비해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 현대차와 기아에 마냥 손을 벌릴 수도 없는 터. 미국 진출을 오랜 기간 준비한 데다 자금 사정도 넉넉한 포스코만 한 파트너가 없다는 얘기다. 포스코홀딩스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조7679억원에 이른다.
◇ 공동 R&D 등으로 확대될까
몇몇 변수는 있다. 포스코는 지분 투자 대가로 루이지애나 조강 생산량의 일부를 ‘포스코 몫’으로 떼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생산라인까지 넘기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아르셀로미탈 등 10여 개 철강사가 관심을 보이는 것도 두 회사의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그럼에도 업계에선 국내 1, 2위 업체 간 협업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서로가 윈윈하는 거래인 데다 ‘트럼프 관세 리스크 해소’란 공통의 목표를 함께 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9년 가동에 들어가는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팀 코리아’ 체제로 운영되면 현대제철과 포스코 모두 관세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다. 현대제철은 그때쯤 미국에 120만 대 이상 생산체제를 갖추는 현대차와 기아에 자동차용 강판을 관세 부담 없이 공급하게 된다. 포스코도 현지 생산을 통해 주요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에 무관세로 납품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전쟁으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1, 2위 기업이 힘을 합쳐 헤쳐 나가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지분 투자가 성사되면 향후 두 회사의 협업 분야가 미래 프로젝트 공동 연구개발(R&D)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미래기술 등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힘을 합치면 R&D 비용을 분담하고 실패 리스크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김형규 기자 duter@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