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상속세 개정, 공정과 효율간 균형 찾아야 [광장의 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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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여야가 상속세 부담 완화에 공감
유산취득세, 타당성과 정당성 확보 가능
배우자 상속세 폐지, 형평성 고려한 방안
'기업 경영 걸림돌' 최고세율 부담도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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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커진 지금이 제도 개선할 최적기
세금은 국가 공동체의 존립과 운영에 필요한 공동 경비다. 따라서 헌법은 모든 국민은 동등하게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한다(제38조). 이를 당위의 관점에서 국민 개세(皆稅) 주의라고도 한다. 다만 적어도 상속세에 관해서는 이러한 원칙이 비껴간다. 상속세는 단순한 재원 확보 수단을 넘어 부의 대물림 완화라는 공평의 이념에 기초하고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란 얘기다.그럼에도 상속세 개정 논의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대한민국에 부자가 그만큼 늘어난 것일까? 그보다는 상속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 컸다고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상속세제에 관심이 집중된 현 시점이 세제 전반의 불합리성을 점검하고 정비할 적기일 수 있다. 유산취득세 전환, 배우자 상속세 폐지 및 공제 확대 등의 방안은 과세 범위 축소를 통해 상속세제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제도의 수용성과 실효성을 높여 국가의 과세권을 더 정당화하고 공고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속세의 존재 의의(기회의 균등과 분배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한 현재 논의는 충분히 건설적이며 생산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단지 정치적 계산의 산물로 치부할 일은 아닌 셈이다. 다만 각 개별 방안들이 실제로도 합리적인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산취득세 전환, 배우자 상속세 폐지 필요
첫째,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보자.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전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이다. 이에 비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실제 취득하는 자산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상속인의 담세능력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다. 이는 조세의 기본 원칙인 응능부담 원칙에 부합하고, 동일한 유산이라도 상속인의 처지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더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사회적 이동성을 반영한 조세제도 설계라는 점에서 큰 이견 없이 타당성과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둘째,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폐지 또는 공제 확대 방안을 살펴보자.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상속세의 핵심 목적인 '세대 간 부의 이전 억제'와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부부는 사실상 동일한 경제 단위로 기능한다. 이 때문에 배우자 상속에 과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단일 세대 내부의 자산 이전에 대해 세금을 내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상속세 본연의 취지와의 괴리를 낳는다. 또한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할 때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조세 중립성이란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로 배우자 상속세 폐지론은 조세 중립성과 과세 형평성을 살핀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폐지 시 위장 결혼 등을 통한 조세 회피 가능성, 자녀 세대로의 자산 이전 지연에 따른 투자·소비 위축 등 부작용에 대한 대응방안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야당이 제안한 공제 확대 방안은 조세 형평성과 세수 확보 간 균형을 고려한 점진적 접근 혹은 절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에 관한 논의는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다. '부자 감세'라는 반대론과 '가업 승계와 재산권 보호'라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선다.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감안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쓰리세븐, 락앤락 등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기업 경영권을 매각한 사례를 볼 때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현실은 분명 개선해야 한다. 부의 대물림을 억제한다는 원론적 명분이 자본의 해외 유출로 이어져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까지 무조건 용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상속세제 개편은 단순한 감세 논의를 넘어 조세 정의와 형평, 경제 활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유산취득세 전환, 배우자 상속세 폐지 또는 공제 확대, 최고세율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의 장단을 면밀히 검토해 실효성 있는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모처럼 상속세 개편을 둘러싼 의견이 한데 모인 만큼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면서도 상속세 체계의 합리성을 높이고 경제의 역동성을 증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