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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찍힐라 눈치보는 기자들... "MAGA 모자라도 써야할 판"

트럼프 취임 3개월…백악관 기자실은

트럼프에 찍힐라 눈치보는 기자들
"MAGA 모자라도 써야할 판"

언론과의 소통은 늘렸지만…
트럼프, 1~2일마다 질문 받고
국무회의 등 실시간 온라인 방송

비판 줄고, 親트럼프 질문 늘어
'MAGA' 성향 뉴미디어 출입 장려
정부 입장 설명하도록 판 깔아줘
백악관 눈 밖에 났던 AP 이어
로이터·블룸버그, 풀 취재단 제외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백악관 브리핑엔 미국 매체뿐 아니라 세계 주요 매체가 참석해 현안에 관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 /이상은 특파원
“오늘의 뉴미디어 자리에 새 기자가 왔습니다. 매튜 폴디, 부츠가 멋지네요. 매튜는 워싱턴리포터의 편집장입니다.”

15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 1층에 있는 제임스 S 브래디 브리핑룸(기자회견장).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성과를 설명하는 첫머리 발언을 마친 뒤 단상 오른쪽 ‘뉴미디어석’에 앉은 기자를 소개했다. “새롭고 빠르게 성장하는 매체”라며 “기업과 정부의 최고위층이 이 매체의 독자”라고 강조했다. 성조기 무늬 부츠를 신은 폴디 편집장은 “하버드대와 개혁을 거부하는 다른 대학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물었다.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장은 상식에 근거한 것”이라며 전날 정부의 하버드대 지원금 삭감 조치를 옹호했다.

◇개방성은 이전보다 높아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석 달 동안 백악관 브리핑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일단 브리핑이 훨씬 잦아졌다. 대변인 브리핑은 주 2~3회 이상 이뤄지고, 트럼프 대통령도 1~2일에 한 번꼴로 직접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다. 모든 기자회견은 물론 국무회의까지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스트리밍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부 미디어를 상대로 브리핑한 뒤 엠바고(보도제한) 해제 시간에 맞춰 브리핑 내용을 송부하는 때가 많았다.

백악관에서 만난 한 기자는 “개방성 측면에선 그 어떤 정부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일 상호관세 유예 발표 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레빗 대변인은 백악관 입구 잔디밭에서 깜짝 브리핑을 열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연일 TV에 출연해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기성 매체를 통한 간접 전달 대신 국민에게 직접 정책을 알리기를 선호하는 트럼프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브리핑룸은 한층 더 북적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워싱턴리포터와 같은 친트럼프 성향 매체의 기자실 출입을 장려하고 있어서다. 이런 매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매체로 통한다. 레빗 대변인은 브리핑 때마다 한 명씩 뉴미디어 기자를 소개하고 이들에게 질문 기회를 맨 먼저 준다.

가운데 배치된 49개 좌석은 전통 매체의 고정석이다. 자리가 없는 매체는 서서 브리핑을 들어야 하는데, 점점 밀집도가 높아지고 있다. 비좁은 브리핑룸에 100여 명이 꽉 들어차면 내부가 후끈해질 정도다.

◇‘MAGA 미디어’ 약진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 야외에 설치된 방송 중계용 천막들. 주요 방송사들은 기자회견 생중계를 위해 이곳에 고정 부스를 운영한다.
질문 시간이 되면 기자들의 손이 경쟁적으로 올라가는데, 비판적인 질문은 줄고 친정부 성향 질문이 늘었다. 정부가 알리고 싶어 하는 분야를 일부러 묻는 듯한 질문이 많다. 피터 두시 폭스뉴스 기자가 이날 하버드대에 관해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연방정부 지원을 많이 받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레빗 대변인은 즉각 “아주 좋은 질문”이라며 “그들은 우리나라 학생들을 세뇌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방기관의 대표자가 매주 모여 방금 제기한 질문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백악관은 이날 AP와 로이터, 블룸버그 등 뉴스 통신의 백악관 풀 기자단 상시 참여 자격을 박탈하는 지침까지 내놨다. 소수 인원만 취재를 허용하는 풀 기자단에서 이들 매체가 빠지고 친트럼프 성향 매체가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고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처럼 친민주당 성향 매체에 질문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은 대부분 풀 기자단과 사전에 선별된 매체만을 대상으로 열리는데, 진보 성향 매체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에게 질문 기회를 준다. 다만 종종 구박을 한다. 전날 CNN 기자의 질문을 받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판 나쁜 앵커의 질문을 들어보자”고 했다. 질문을 듣고 나서는 “그들은 항상 편향된 시각으로 질문하고, 그래서 아무도 그들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외신에는 질문 기회가 잘 돌아오지 않는 편이다.

레빗 대변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수많은 질문에 척척 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데는 많은 기자가 동의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정보 전달보다 “이것이 트럼프 효과”라는 식의 용비어천가를 반복하며 진짜 궁금한 점에 대한 답변은 회피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비판적 질문은 줄어

브리핑룸 뒤편 기자실 초입엔 ‘우리는 AP와 함께한다’고 적힌 A4 용지가 붙어 있다. AP통신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수정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브리핑룸 출입을 금지당했다. 작년 7월 트럼프 대통령 피격 순간을 ‘세기의 사진’으로 남긴 이 통신사 소속 에번 부치 기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항은 거기까지다. 83년 역사를 지닌 미국의소리(VOA) 등이 한순간에 해체 위기에 처하고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AP가 쫓겨난 만큼 목소리를 내다간 ‘다음 타깃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한 매체 기자는 “일단 취재할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MAGA 모자라도 쓰고 있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www5s.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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