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번째 보고서 작성 중'…오락가락 美 관세에 '대혼란'
입력
수정
잦은 관세정책 변경에 실적 전망도 덩달아 바꿔
신규사업 접는 안도 검토
태양광 ESS 관련 기업들 대부분 중국서 원자재 수입
미국의 중국 고율 관세에 직격탄
17일(현지시간) A 제조업체의 미국 법인 관계자는 “요즘 110번째 실적 전망을 만들고 있다”며 “같은 업계의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사정이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은 미국에 최종 제조시설이 있고 중국과 멕시코 등에서 원자재를 수입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세율로 부과하면서 해당 기업의 실적 전망은 더욱 복잡해졌다.
B 기업은 최근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된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물량의 원자재를 미국 내로 들여올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B 기업 관계자는 “문제는 90일 이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라며 “만에 하나 유예 기간이 더 길어진다면 90일 안에 원자재를 되도록 많이 수입하기 위해 들인 비용이 불필요한 것이 된다”고 우려했다.
미국에 지점을 낸 한국 대형 은행들은 고객사의 신용 리스크를 점검하는 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울 본점에서 관세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기업들의 대출 상환 능력을 점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해당 기업들과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멕시코 공장을 미국 내로 옮겨오거나, 임대해서 쓰던 미국 공장을 아예 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는 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에서 계속 사업을 해야 한다면 이참에 생산 시설을 미국 내로 옮겨오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기업들은 다른 업종의 기업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해당 원자재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감이 큰 가운데 관세 장벽에 부딪히면서 해당 인프라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다.
의외로 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곳이 반도체 관련 업종이다. 미국 정부는 1~2개월 이내에 반도체 및 전자 공급망에 대한 관세 조사를 통해 보다 포괄적인 관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 반도체 관련 기업 관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반도체는 대부분 스마트폰 전자기기 등에 탑재된 상태”라며 “미국으로 바로 수출하는 반도체 물량도 있지만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