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바로미터' 충청 민심은…"내란 옹호 국힘 어떻게 찍나" "그래도 민주는 안돼"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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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李 맞설 단일대오" 강조
진보층도 "지금은 모두가 힘 합쳐야"
민주당 경선 결과는 '어대명' 분위기
지난 19일 충북 청주시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50대 택시 기사 박모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는데도 반성 안 하는 국민의힘은 도저히 내 손으로 못 뽑겠다"며 손사래 쳤다. 그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본소득 얘기나 하는 민주당에 마음이 썩 가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충청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매 선거에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역대 후보들은 '충청 민심'에 머리를 숙였다. 민주당이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권역별 대선 순회 경선 첫 번째 지역으로 충청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대선도 총력전"…'단일대오' 강조하는 여야 지지층
정치권에선 충청을 선거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역으로 꼽는다. 윤석열 정부를 비롯해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 충청의 선택을 받은 자가 곧 대통령이 됐다.민주당 순회 경선이 열린 청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컸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는 자영업자 최모 씨(65)는 "윤석열이 이해는 가지만 계엄만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갈라져 있는 국민의힘을 영 마뜩찮아 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으로 쏠린 것도 아니다. 한 70대 남성은 "윤석열이 잘못했지만 민주당을 찍을 순 없다"며 "차라리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단일대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경선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압도적인 지지율로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설업에 몸담았다는 강모 씨(70)는 "계엄을 비호하는 국민의힘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충청권에서 많이 나온다"며 "김경수, 김동연 후보는 일단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50대 민주당 지지자는 "김동연 후보가 충청 출신이긴 하지만 중앙부처에서 오래 일했고 경기지사까지 지내다보니 딱히 '우리 지역 사람'이라는 느낌이 없다"며 "지금은 도지사가 아니라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재명 전 대표처럼 영향력이 큰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서 열린 첫 경선 결과…이재명 88.15%로 1위
경선이 열린 청주체육관 2층의 약 1800개 좌석은 민주당 당원으로 가득 채워졌다. 문진석 의원 등이 직접 당원이 앉아있는 자리를 오가며 응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파란색 응원봉을 들고 각기 다른 후보의 이름을 외치는 지지자들도 많았다.
이날 투표 결과 이 후보는 충청권에서 88.15%의 득표율을 올리며 다른 후보를 여유 있게 제쳤다. 김동연 후보와 김경수 후보는 각각 7.54%, 4.31%를 얻는 데 그쳤다. 이 후보는 경선 결과를 확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원 동지, 대의원 여러분들의 과분한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열망을 잘 받아들여 남은 일정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