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 선출 위한 바티칸 비밀회의…영화 '콘클라베'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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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하고 소탈한 삶으로 신자들의 존경을 받아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을 떠나면서 가톨릭교회는 '사도좌 공석'(sede vacante) 상태가 됐다. 사도좌 공석은 으뜸 사도인 베드로를 후계하는 교황이 선종 혹은 사임으로 공백인 기간을 말한다.
이에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이후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Conclave) 절차를 밟게 됐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vis)',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한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 콘클라베는 통상 선종일로부터 15~20일 내로 시작된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이 비밀 투표에 나서며 최종 교황 선출까지 외부와 격리된 채 투표가 반복된다.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성당은 폐쇄되며 추기경단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피어오르는 굴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은 연기는 선출 불발, 흰 연기는 선출 성공을 의미한다.
이어 새 교황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면, 고위 추기경이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즉 "우리에겐 교황이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새 교황의 즉위를 전 세계에 알린다.
실제 콘클라베를 앞두고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콘클라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영화는 제97회 아카데미 각색상, 제82회 골든 글로브 각본상, 지78회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선 지난 3월 5일 개봉된 후 누적 관객 수 27만 명을 끌어모으며 이례적인 흥행세를 보였다. 최근엔 박스오피스 10위권 밖에 머물렀으나 21일 다시 박스오피스 7위에 올라섰다. 올해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극영화 박스오피스 1위 랭크 중이다.
'콘클라베'는 로버트 해리스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피터 스트로갠이 각색했다. 영화는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뜻하는 콘클라베의 은밀한 세계 뒤에 감춰진 다툼과 음모, 배신을 파헤치는 스릴러 장르다.
교황의 예기치 못한 죽음으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시작되고 추기경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단장으로 선거를 총괄한다. 당선에 유력했던 후보들이 스캔들에 휘말리며 바티칸의 깊은 내부 사정과 오래된 비밀들, 정치적 셈법이 얽힌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로렌스가 목격한 추기경들은 정치판 못지않은 암투를 벌인다. 이들은 출신 지역이나 인종적 배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파벌을 형성하고, 서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경쟁 후보를 견제하거나 낙마시키기 위해 표를 모의한다.
로버트 해리스 작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2013년 콘클라베 당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콘클라베 절차가 명시되어 있는 바티칸 법을 면밀히 살피는 것은 물론 바티칸 국무원장과 소통하며 콘클라베 기간 동안 추기경들이 머무는 성녀 마르타의 집, 투표가 이뤄지는 시스티나 예배당 등의 구체적인 장소를 직접 방문하며 소설을 구체화했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콘클라베만의 독특한 느낌을 냈다. 사흘간 6번에 걸쳐 진행되는 투표 장면에서는 추기경들이 각자 이름을 쓰고,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이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스토리보드와 사전 시각화를 통해 각 시퀀스를 다르게 만들고자 한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편집실에서 몇 달을 보내며 각 장면마다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수입사 엔케이컨텐츠 관계자는 "스토리, 연출, 연기, 미장센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N차 관람 관객이 잇따르고 있다"며 "심지어 영화를 의미있게 소장하고자 하는 팬들의 요청에 영화의 굿즈까지 다시 만든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