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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덮인 장엄한 파도…카메라 렌즈 속 '황홀한 폐허'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기후환경 사진전
CCPP - 더 글로리어스 월드
크리스 조던 'Gyre', 2009. / 사진=충무아트센터 제공
우키요에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대표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인상파 거장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인상파 음악의 선구자 클로드 드뷔시는 관현악곡 앨범 ‘바다(La Mer)’의 표지에 이 파도를 고스란히 그려 넣을 정도로 깊은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 마치 발톱을 드러낸 듯, 날카롭고 거대한 파도와 풍랑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작고 무력한 뱃사공들의 모습이 담긴 도상에서 경외(敬畏)의 감정이 읽히기 때문이다.

여기 ‘Gyre(환류)’라는 이름의 작품이 있다. 언뜻 보기엔 명작을 오마주한 흔한 점묘화 같다. 그런데 고개를 내밀어 주의 깊게 보면 어딘가 독특하다. 거대한 파도부터 흩날리는 물방울까지 쓰레기장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로 이뤄져 있다. 자세히 보니 회화가 아니라 디지털 사진이다. 옆엔 이런 작가의 설명이 적혔다. “240만 개의 해양 플라스틱 조각. 세탁기에서 발생해 8초마다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마이크로 섬유의 추정량에 해당합니다.”
가스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 사진=위키피디아
크리스 조던은 대량 쓰레기와 과소비, 환경 오염 문제를 시각예술로 풀어내는 사진가다. 그는 이 작품을 찍기 위해 직접 태평양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을 수거하고, 몇 달간 하나하나 이미지로 촬영해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칙칙한 색감의 작품은 과거엔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위태로워진 바다가 거대한 쓰레기로 이뤄진 성난 파도를 몰고 인간 사회를 덮친다는 경고로 읽힌다. 호쿠사이가 봤을 경이로운 바다와 드뷔시가 느꼈을 경외의 파도는 더 이상 없고, 공포와 절망의 감정만 남았을 뿐이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환경오염과 기후위기가 종말의 시계를 앞당기는 상황을 극적으로 담아낸 사진가들의 전시가 열렸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2025 CCPP - 더 글로리어스 월드’다. CCPP(Climate Change Photo Project)는 세계적인 기후위기 심각성을 깨닫고, 사진을 통해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중구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사진 프로젝트다.
마르코 가이오티 'Svalbard' 2018. / 사진=중구문화재단 제공
지난해 ‘지구에 대한 고해성사(Confession to the Earth)’라는 성찰적인 제목으로 첫 전시를 선보였던 중구문화재단은 올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대자연과 문명의 혜택을 동시에 누리며 마주하는 아름다우면서 충격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전시에는 이와 관련한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미국 출신 작가 4명의 작품 110여 점이 걸렸다.

▶▶[관련리뷰: 펄펄 끓는 지구 곳곳을 렌즈로 담아낸 사진가들의 고해성사]

‘Gyre’와 함께 크리스 조던의 ‘숫자를 따라서(Running the Numbers)’ 시리즈가 눈에 들어온다. 태평양 바다의 약 2.5㎢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의 평균 개수인 5만 개의 담배 라이터로 만든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전 세계에서 10초마다 소비되는 24만 개의 비닐봉지로 만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은 아름다움을 위해 외면했던 환경오염 문제를 일깨운다.
닉 하네스 'Emirates Golf Club, Dubai', 2016. / 사진=중구문화재단 제공
벨기에 출신으로 부산국제사진전 등에 참가했던 닉 하네스의 작품은 보다 노골적이다. 이번 전시에서 하네스는 두바이를 배경으로 한 여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1960년대 먼지만 날리는 폐허였다가 석유가 발견되며 21세기를 대표하는 메트로폴리스로 발전한 두바이가 인류가 만들어낸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대판 바빌로니아란 것. 사막과 잔디가 공존하는 골프장, 여름이면 섭씨 45도까지 올라가는 도시에 만들어진 스키장을 찍은 사진들은 과도한 도시개발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전시는 심미적 기능보단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다. 매일 환경오염이나 기후위기, 생존의 갈림길에 선 동식물과 관련해 수백만, 수십억, 수조 단위로 표시되는 숫자를 접하지만 어렴풋할 뿐인 관람객에게 출품된 작품들이 직관적인 경각심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석재현 예술감독은 “지구가 인간에게 베푼 많은 것들과 우리가 얻은 혜택을 느끼고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열린 후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 에코리움에서 이어진다.
라그나르 악셀손 'Nenet’s Camp Side, Siberia', 2016. / 사진=중구문화재단 제공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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