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아이브 보려고 몰렸다…막혔던 K팝 '중국 혈' 뚫릴까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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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K팝 아이돌, 中서 팬 사인회·팝업 개최
중국 대상 음반 수출액도 증가
한한령 해제 핵심은 대규모 공연 개최 여부
"소규모 행사는 계속 해오던 것…더 지켜봐야"
"긍정 시그널 기대, 변동성은 여전"
지난 21일 중국 광저우 징둥몰에는 순식간에 4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룹 NCT 마크가 첫 솔로 앨범 '더 퍼스트프루트(The Firstfruit)'의 팝업 스토어에 깜짝 방문하면서 5층 규모의 쇼핑몰이 팬들로 가득 찼다. 마크는 현지 팬들과 다 같이 신곡 '1999' 댄스 챌린지를 촬영하며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지난달에는 아이브가 상하이에서 팬 사인회를 열고 200여명의 팬과 만났다. 그보다 앞선 2월에는 트와이스가 상하이에서 새 앨범 홍보를 위한 팬 사인회를 개최했다. 이들의 중국 행사는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2016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중국 네티즌들에게 공격당한 사건 이후 무려 9년 만이었다.
NCT 위시는 두 번째 미니앨범 '팝팝(poppop)' 사전 프로모션 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현장에는 약 60개 매체가 참석해 NCT 위시를 향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아이브 가을은 단독으로 한 중국 패션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했다.
한국의 2022년 음반 수출액(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기준)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5132만6000달러로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년 만에 3390만달러로 급감하며 3위로 떨어졌다. 특히 2023년 8월은 수출액이 사실상 바닥에 가까웠다. 2023년도는 K팝 음반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던 때이기에 이러한 중국의 지표를 두고 보이지 않는 규제 등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중국은 예측이 불가능한, 변동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회복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4년 일본 수출액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중국 수출액이 5978만9000달러로 크게 뛰었다. 이 기세를 이어받아 중국은 일본·대만·미국을 넘고 올해 1~3월 한국 음반 수출액 1296만2000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음반에서 회복세가 포착됐지만, 결정적으로 한한령 해제 여부를 가늠하는 건 공연 개최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 개최한 지드래곤, 제니의 콘서트에 중국인 관람객이 대거 모인 것만 봐도 K팝 공연에 대한 중국인들의 수요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12~13일 중국 하이난에서 개최된 '워터밤'에는 갓세븐 뱀뱀, 블랙스완, 헨리, 제시, 웨이션브이, 에일리, 박재범, 타이거JK&윤미래 등이 출연했다. 다만 이들은 전부 한국이 아닌 외국 국적이다. 그룹 트리플에스는 오는 5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스트로베리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하는데 이들 역시 한국 국적을 제외한 멤버들만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국적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 공연한 경우도 있다. 3인조 호미들은 지난 12일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봄 투어 '형제들'을 개최했다. 트로트 가수 윤수현도 제주도와 하이난성 자매결연 30주년 기념행사 무대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팬 사인회나 오프라인 이벤트, 중국 매거진 화보 등은 계속 진행해오던 거다. 과거와 비교하면 횟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지속해서 이어오던 것들로 새로운 변화는 아니다. 최근의 활동만을 두고 한한령 해제의 청신호라고 보긴 어렵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어 "공연도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있는 단독 콘서트를 열 수 있어야 비로소 체감될 것"이라면서 "여전히 중국에서 자유롭게 대형 공연을 열 수 있는 건 한국 국적이 아닌 멤버들로 구성된 현지화 그룹뿐"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공연 관계자는 "중국에서 공연하려면 지방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성(지방정부)에서 K팝 공연에 대한 흥미를 보이고 있다"면서 "당장 대규모 공연 개최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한 곳에서 공연 허가가 나면 그 이후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속속 K팝 공연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선 K팝 아이돌보단 자국 아이돌이 우선이기 때문에 한한령 이전처럼 빗장을 100% 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로베이스원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결성된 팀이다. 프로그램의 두 번째 시즌인 '보이즈 2 플래닛'은 대놓고 중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K와 C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이를 동시에 방송하며 두 개의 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긍정 시그널이 쌓이다 보니 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중국 시장이 열릴 듯 말 듯 하는 상황이 너무 장기간 지속돼 왔고,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당장 구체적인 중국향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하반기까지 추이를 보자는 분위기다. 다만 중국은 화보나 광고비 등의 규모가 크기도 하고, 중국 팬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차원에서도 제안이 오는 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