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에서 깨어난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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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박물관 1일 개관
오대산 사고본 실록 전시
첨삭 등 교정부호까지 그대로
1일 개관하는 강원 평창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은 오대산이 품었던 <조선왕조실록>(오대산 사고본)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조선왕조실록> 원본을 상시 전시하는 공간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개관식을 하루 앞두고 찾은 박물관에서는 실록 원본을 가까운 거리에서 종이 질감까지 상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원래 실록을 제작할 때는 원고를 교정해 다시 제작한 뒤 교정부호가 남아 있는 초고는 폐기하는 게 원칙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임진왜란 이후 물자가 부족해 교정부호가 남아 있는 초고를 그대로 보관한 것 같다”며 “실록의 교정 과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는 오대산 사고에서 실록과 함께 보관하던 의궤도 만나볼 수 있다. 의궤는 조선시대 왕실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한 일종의 ‘행사 보고서’다. 국왕의 즉위, 혼례, 장례 등 각종 행사의 상세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어 시각 기록물로 가치가 높다.
다만 오대산 사고본 대부분은 원래 실록을 소장해온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옛날 사고 자리에 실록을 보관한다는 박물관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대목이다. 김정임 관장은 “아직 수장고 시설이 완비되지 않았지만 몇 년 내로 시설을 확보해 오대산 사고본을 모두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