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밍런치] 백광현 "블록체인, 엔터산업 신뢰 회복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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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현 모드하우스 부대표
블록체인 기반 팬덤 플랫폼 '코스모'
엔터 산업 고질적 문제 해결에 주목
블록체인의 가장 큰 강점은 '투명성'
크립토씬, 구성원의 열정이 매력적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장독대김치찌개' 청담점. 명품 브랜드 부티크가 모여 있는 청담동 한복판에서 김치찌개와 김치찜 같은 소박한 음식을 파는 대중식당이다. 그래서 이곳은 평일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늘 붐빈다.
백광현 모드하우스(Modhaus) 부대표를 이 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다녀온 직후였다. 검은색 PK 셔츠 차림의 백 부대표는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미리 음식을 주문한 그는 김치찌개에 불을 올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김치찌개와 함께 주문한 제육쌈밥도 서빙됐다.
곧 끓기 시작한 김치찌개를 앞접시에 덜어 한 입 먹었다. 평범하지만 실망스럽지 않은, 김치찌개의 '정석' 같은 맛이었다. 제육볶음도 마찬가지. 백 부대표는 김치찌개를 맛본 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대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자주 왔던 식당"이라며 웃었다.
'엔터테크' 스타트업
컨설턴트 출신인 백 부대표는 모드하우스에서 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정병기 모드하우스 대표가 회사를 설립하기 전, 초기 단계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고민하고 설계해왔다. 당시 백 부대표는 네이버 산하 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 처음부터 접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웹3 벤처캐피탈(VC) 해시드를 이끄는 김서준 대표가 가교 역할을 했다. 백 부대표는 "(사업 구상 당시) 정 대표와 한 달에 10번 정도 만나 모드하우스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단순히 새로운 연예기획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해 합류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백 부대표는 모드하우스를 '엔터테크(Enter-tech) 스타트업'으로 정의했다. 엔터테크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에 기술(tech)을 접목한 개념이다. 아직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엔터테크 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백 부대표는 "컨설턴트로 일할 때부터 특정 산업에만 갇히고 싶지 않았다"며 "2010년 베인앤컴퍼니를 떠난 후 다양한 산업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으로 투명성 높여"
모드하우스가 선택한 '테크'는 블록체인이다. 모드하우스의 팬덤 플랫폼 '코스모(COSMO)'는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운영된다. 포토카드 구매시 지급하는 토큰이 코스모 내 투표권으로 활용되는 게 핵심이다. 모드하우스 소속 아티스트의 팬덤은 토큰으로 유닛 구성, 앨범 타이틀곡 선정 등 프로듀싱 핵심 작업에 투표할 수 있다. 2016년 '시청자가 만드는 아이돌'을 컨셉으로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을 사업모델로 확장한 셈이다.백 부대표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강점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투표 조작'"이라며 "코스모는 모든 투표가 온체인 데이터로 기록돼 조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앨범과 포토카드 판매량도 모두 온체인에 기록돼 아티스트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정산 과정의 투명성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블록체인이 엔터 산업의 '프로블럼 솔빙(문제 해결)' 수단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성과는 빠르게 가시화됐다. 지난 2023년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투자자들은 코스모의 투표 참여율에 주목했다. 모드하우스에 따르면 코스모의 전체 이용자 수 대비 투표율은 평균 약 12%다. 비교 대상군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로 좁히면 평균 투표율은 35%에 육박한다. 백 부대표는 "일반적인 탈중앙화조직(DAO)의 전체 이용자 수 대비 투표율은 5% 남짓"이라며 "팬들의 투표 참여율이 높았던 만큼 투자자들도 사업 비전에 공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드하우스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식사를 마쳤다. 어느새 식당은 점심시간을 지나며 직장인들이 빠져나가 한산해졌다. 백 부대표와 식당 인근 카페 '카페 안나'로 향했다. 이곳은 스페셜티 카페 프릳츠의 원두를 사용한다. 우리는 프릳츠 원두로 내린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크립토 씬과 접점 많아"
백 부대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그는 "모드하우스를 '크립토 회사'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웹3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만큼 크립토 씬과 접점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크립토 씬을 보면 한국에 처음 스타트업 붐이 일었던 2010년대 초반이 떠오른다"며 "가상자산은 최근 등장한 기술인데다가 산업을 만들어가는 단계여서 그런지 구성원들 모두 열정적인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모드하우스의 사업 기반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있지만 백 부대표가 가상자산 컨퍼런스에 적극 참여하는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있다. 그는 2월 홍콩에서 열린 가상자산 컨퍼런스 '컨센서스 홍콩 2025'에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백 부대표는 "1~2년 전만 해도 해외 컨퍼런스에서 모드하우스의 사업 모델을 설명하면 생소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카피캣(모방품)'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어, 모드하우스 사업모델의 개념증명(PoC·Proof of Concept)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PoC는 시장에 없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검증하는 작업이다.
취미를 묻자 백 부대표는 러닝을 꼽았다. 그는 "쉴 때 주로 러닝을 했다"며 "최근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쳐 지금은 다른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 부대표는 최근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다. 국내 엔터 산업에서 일본 시장의 중요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시장 공략은 엔터 기업에게 필연적인 루트(경로)"라며 "현지 파트너사들과 일본어로 직접 소통하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남은 커피를 마시던 중 백 부대표는 "점심시간 직후에 미팅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백 부대표와 함께 모드하우스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까지 걸어가 인사를 나눴다. 그는 왼쪽 손목에 찬 애플워치를 확인하며 건물로 들어갔다.
본 인터뷰는 특정 식당이나 브랜드로부터 지원이나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았으며, 상업적 의도 없이 진행됐습니다. '블루밍런치' 코너는 인터뷰이가 선호하는 단골 식당에서 격식 없는 분위기 속 자유로운 인터뷰를 담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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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