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K 순금으로 '한땀한땀'…안데르센 동화 입은 도자기, 파리살롱 정복하고 韓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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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왕실 그릇' 로얄코펜하겐 250년 기념 전시
'공주와 완두콩' 세계 첫 공개
빚고 굽고 장식한 시간 8개월
"유럽에서 가장 훌륭한 도자기"
'신비로운 신화 동물' 실러캔스
거대조각 '블루피시'로 재탄생
도자기로 비늘 생생하게 표현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를 모티브로 제작했다.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완두콩 한 알을 넣고 잠을 설친 공주를 묘사했는데 채색과 섬세한 질감 표현, 인체 조형, 감성적 터치 등에서 예술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았다. 24K 골드를 손수 칠한 작은 종 모양 도자기 20개도 달려 있다. 960도에서 처음 굽고 유약을 입힌 뒤 1375도에서 소성하는데 그 과정에서 크기가 14%가량 줄어 파손 위험이 크다고 한다. 그 뒤에도 플로라 다니카 장인이 40여 개 색상의 유약을 수천 번 붓질을 거쳐 입히고 저온에서 굽는다(오버글레이즈). 그야말로 예술 작품이다. 가격은 6억9000만원대다.
이 신비로운 물고기를 도자기로 제작한 예술가는 잔느 비비안 그루트다. 물고기 비늘, 지느러미 등을 생생하게 표현했고 블루, 회색을 섞어 실제와 비슷한 색감을 구현해냈다. 로얄코펜하겐에서 장인 단 두 명만 채색할 수 있다. 총 4개 조각으로 구운 뒤 합친 이 작품은 언더글레이즈(안료 채색 후 유약을 발라 굽는 방식)로 제작했다. 2018년 일본의 한 소비자가 블루피시 101개를 주문해 로얄코펜하겐 안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격은 2200만원대.
25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 기념 접시도 출시했다. 1975년에 창립 200주년을 기념해 도자기 화가의 실루엣을 접시에 그렸던 데서 착안해 250주년 접시에도 도자기 장인의 모습을 담았다. 그 주인공은 1904년부터 1949년까지 45년 동안 로얄코펜하겐에서 일한 예술가 엘제 하셀리스다. 테이블 앞에 앉아 도자기에 붓질하는 옆모습을 코발트블루 색으로 그려 넣었다.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아우른다는 의미에서 로얄코펜하겐은 덴마크의 젊은 비주얼아티스트와도 협업했다. 캐서린 라벤 다비센이 2년여간 작업한 결과물은 선사시대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은 ‘토템’ 시리즈다. 그는 로얄코펜하겐 장인과 협력해 꽃병, 저그, 접시 등 여러 형태로 과거 원주민의 토템 문화를 재해석했다. 선사시대 멕시코의 테라코타, 덴마크 청동기 시대 석기, 16세기 독일 바르트만 도자기 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독특한 점은 모든 작품에 사람의 얼굴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제품은 ‘얼굴 항아리’로 불리며 영적 힘을 지닌 영물처럼 인식돼왔다. 이 같은 신비한 의식과 문화를 유약, 24K 골드 등을 활용해 해석했다.
클라라 릴야 예술가와 협업한 ‘바다’ ‘대지’ ‘하늘’ 플래터 작품도 선보였다. 자연 경관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정교하게 도자기로 만들었다. 재니퍼 닐슨 로얄코펜하겐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는 지난해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로얄코펜하겐 한식기의 인기가 많다는 걸 잘 안다”며 “250주년을 맞아 한식기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