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레로 만든 라벨의 일대기...그의 숨은 뮤즈 찾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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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탄생 150주년 기념해 개봉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공연예술계가 뜨겁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라벨의 음악을 녹음한 신보를 발표했고 안느 퐁텐 감독은 라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볼레로: 불멸의 선율'을 내놨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안느 퐁텐 감독의 '볼레로: 불멸의 선율'
지금도 모두가 해석하고 싶어하는 원전, 생명력과 가능성 무궁무진한 음악
라벨의 대표곡 '볼레로'(1928)는 15분마다 지구상 누군가가 듣고 있는 음악이라고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의 배경음악, 영화 '밀정'과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PC게임에서조차 들을 수 있는 곡이어서 사는 곳이나 세대에 따라 이 음악에 얽힌 추억도 매우 다양하다. 퐁텐 감독은 라벨이 창작한 불멸의 선율이 세상에 어떻게 나왔는지, 탄생의 비화를 영화를 빌어 보여준다.
이는 볼레로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로 변주된 영화의 인트로를 환기하게 만든다. 재즈밴드가 연주하고 라틴댄서가 춤을 추고, 학교 체육시간에서 조차 볼레로가 쓰이는 인트로. 영화를 중반쯤 보고 나니, 스페인 바스크지방 출신 어머니에게 받은 라벨의 이국적 감성, 미국 투어 중간중간 그가 경험했던 뉴욕의 재즈, 바로크 음악의 재해석 등 다양한 문화와 시간이 볼레로에 공존하고 있다는 걸 은유하고 있다.
퐁텐 감독은 전작 '코코 샤넬'(2009)을 통해 저명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면서 이들의 보편적 고민과 심리를 잘 다뤘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무용수 출신이기도 한 그가 모리스 베자르가 안무한 발레 '볼레로'(1961)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까지 만든 건 의외의 결심은 아니었을 것 같다. 첨언하면 코코 샤넬의 절친이자 샤넬이 향수를 론칭하게 영감을 줬던 미시아는 라벨의 뮤즈인 미시아와도 동일인물이다. 아마도 미시아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라벨이 발견됐을 접점과 그 당시 파리의 예술계를 보여주고 싶었을 지도.
지금도 라벨의 음악은 수많은 안무가들이 재해석하고 싶어하는 원전(origin)과 같은 것이며, 여전히 수많은 무용수들은 라벨의 리듬이 상징적으로 빚어낸 둥그런 무대를 선망한다. 영화는 라벨의 볼레로가 동시대 예술계와 끊임없이 연결되고 있단 사실을 계속 시사하고 있다. 러닝타임은 121분.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