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출산에 따른 공백을 깨고 소프라노 강정원(사진)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그는 13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강정원은 유명한 클래식 성악곡과 함께 한국 대표 민요 아리랑을 클래식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무대에는 강정원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신민철, 플루티스트 김태윤이 함께한다. 강정원은 이번 공연을 “클래식의 대중화를 고민하며 만든 무대”라고 설명했다.강정원은 오라토리오 대표곡인 바흐의 ‘이히 하베 게누크(Ich habe genug)’를 들려준다. 바흐의 유명한 곡으로 1727년 성모마리아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연주된 기록이 있다. 경건한 음악적 색채가 강하고 레치타티보(서창)와 아리아만으로 이뤄진 바로크 시대 곡으로 꼽힌다. 이어 그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곡 ‘노래하지 마오, 아름다운 사람이여’를 부른다. 라흐마니노프가 1902년 아내 사티나에게 헌정한 곡으로 잃어버린 사랑을 향한 그리움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렸다.이 밖에 강정원은 아리랑을 클래식풍으로 해석한 곡을 부른다. 경상도 아리랑부터 아리아리랑, 밀양아리랑 등 세 곡을 묶었다. 그는 “한국인이 누구나 아는 노래로, 관객과 클래식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고 말했다.강정원은 2023년 40대 중반의 나이로 벨기에 브뤼셀 국제 콩쿠르에 출전해 성악 부문 1위를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콩쿠르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아리아들을 훌륭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세를 몰아 지난해 서울아트콩쿠르 성악 부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강정원은 “적지 않은 나이와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제 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자체가 도전이었다&
“클래식 음악 듣기라는 취미는 음악과 나 사이, 1 대 1의 관계에서 시작되고 평생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제가 쓴 책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최근 출간된 <하루 하나 클래식 365>의 공동 저자 플루티스트 안일구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루 하나 클래식 365>는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음악을 접하는 방식과 감상 방법, 음악을 둘러싼 배경지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클래식 음악을 매일 한 곡씩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안일구(사진)는 재주가 많다. 독일 바이마르국립음대와 마인츠국립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했다. 유튜브 채널 ‘일구쌤19teacher’를 운영하면서 매일 아침 8시에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하루 하나 클래식’이라는 코너도 진행한다.여기서 1년간 소개한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것. 그는 “함께 책을 집필할 ‘음악 덕후’를 한 분, 한 분 찾아가 설득하고 섭외했다”고 했다. 공동 저자로는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겸 흉부외과의 유정우 등이 이름을 올렸다.안일구는 “악기 연주와 글쓰기는 반복하면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 ‘무언가를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다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내가 사랑하는 독서와 음악을 하나로 결합한 음악책을 내는 일은 오랜 꿈이기도 했다”고 말했다.안일구는 클래식 음악이 “유행을 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깊어지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 감상 방식에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본인이
9일 개막하는 대한민국발레축제 가운데 유독 눈길이 가는 공연이 있다.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인 ‘conneXion, 최태지×문훈숙’. 무대로 한국 발레사(史)의 특별한 순간을 소개하기로 한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66)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62)을 만났다.두 거장은 비슷한 시기 국내 양대 발레단장을 이끌며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였다. 무용수로도 뛰었고, 젊은 나이에 발레단장을 맡으며 발레 불모지 한국에서 다양한 챌린지를 격파해 나갔다. 한때는 미디어가 만든 ‘라이벌 구도’에 엮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화 한 통이면 두 시간 이상 대화할 수 있는 절친이자, 서로를 두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한다.이번 공연을 기획한 김주원 대한민국발레축제 예술감독은 인터뷰에 앞서 “두 분은 발레라는 예술로 세상과 부지런히 소통하신 주인공이고, 지금의 발레를 이해하려면 두 분의 역사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공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무대에 서는 이들도 두 사람이 키운 스타 무용수다. 공연 작품은 마리우스 페티파의 ‘레이몬다’ 파드되(2인무)와 ‘라바야데르’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 문라이트 파드되, 국립발레단 창작 발레 ‘왕자 호동’의 호동과 낙랑의 사랑 파드되 등으로 창작과 고전을 절반씩 섞었다. 65분 공연의 절반가량은 무용수들의 갈라 공연으로, 나머지 절반은 두 사람의 토크 콘서트로 이뤄진다.문 단장은 최 전 단장과 함께한 시간이 소중했다고 회상했다. “사람 다리도 둘이잖아요. 한 발씩 움직이다 보면 앞
1847년 프랑스 파리, 검정 옷을 입은 이들이 오가며 경매 푯말이 세워진 응접실의 물건을 하나씩 거둔다. 남은 물건을 탐하는 내방객은 미묘한 활력이 넘치는데, 음악이 없다. 모든 것이 사라진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마르그리트(조연재 분)의 사진만이 그가 이곳의 주인이었다는 걸 알린다. 넋이 나간 채 이곳을 찾아온 아르망(변성완 분)은 슬픔에 젖어 마르그리트와 지난날을 추억한다. 비로소 쇼팽의 선율이 무대 위로 흐른다.지난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프레스콜로 막을 올린 국립발레단 ‘카멜리아 레이디’는 신분 차이로 인한 비극적 사랑을 절절하게 그렸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고전 발레 속 사랑이 아니라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자신을 완전히 희생하는 마르그리트의 사랑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춤, 마임, 연기 모든 것이 분절 없이 이어지면서 다채로운 움직임이 3막을 꽉 채웠다.카멜리아 레이디는 코르티잔(상류층 남성과 계약을 맺고 부유한 생활을 보장받는 대가로 쾌락을 주는 여성)인 마르그리트와 명문가 출신 아르망 간의 사랑이 주된 내용이다. 드라마 발레로, 서사 안에서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보여줘야 하기에 어려운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동백아가씨(La Dame aux Camelias)’가 원작으로 독일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1978년 초연한 작품. 국립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화려한 코르티잔의 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마르그리트의 의상은 공연 중 11번 바뀐다. 무대에 등장할 때면 그를 흠모하는 남자들이 주변에 몰려들지만 마르그리트의 시선은 항상 아르망을 향해 있다. 아르망은 매번 마르그리트
오는 9일 개막하는 대한민국발레축제 가운데 유독 눈길이 가는 공연이 있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인 'conneXion, 최태지X문훈숙'. 무대로 한국 발레사(史)의 특별한 순간을 소개하기로 한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66)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62)을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두 거장은 비슷한 시기 국내 양대 발레단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였다. 무용수로도 뛰었고, 젊은 나이에 발레단장을 맡으며 발레 불모지 한국에서 다양한 챌린지를 격파해 나갔다. 한 때는 미디어가 만든 '라이벌 구도'에 엮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화 한 통이면 2시간 이상 대화할 수 있는 절친한 사이이자, 서로를 두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한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김주원 대한민국발레축제 예술감독은 인터뷰에 앞서 "두 분은 발레라는 예술로 세상과 부지런히 소통하신 주인공이고, 지금의 발레를 이해하려면 두 분의 역사를 꼭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며 공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존경심을 담아 무대에 서는 이들도 두 단장이 키운 스타 무용수들이다. 김지영 김리회 등 전·현직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 강미선 등 전·현직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8명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 작품은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의 ‘레이몬다’ 파드되(2인무)와 ‘라바야데르’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 문라이트 파드되, 국립발레단 창작 발레 ‘왕자 호동’의 호동과 낙랑의 사랑 파드되 등으로 창작과 고전을 절반씩 섞었다. 65분
1847년 프랑스 파리, 검정 옷을 입은 이들이 오가며 경매 푯말이 세워진 응접실의 물건을 하나씩 거둔다. 남은 물건을 탐하는 내방객에게 미묘한 활력이 넘치는데, 음악이 없다. 모든 것이 사라진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마르그리트(조연재)의 사진만이 그가 이 곳의 주인이었다는 걸 알려준다. 넋이 나간채 이곳을 찾아온 아르망(변성완)은 슬픔에 젖어 마르그리트와 지난날을 추억한다. 비로소 쇼팽의 선율이 흐른다.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프레스콜로 막을 올린 국립발레단 '카멜리아 레이디'는 신분 차이로 인한 비극적 사랑을 절절하게 그렸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고전 발레 속 사랑이 아니라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자신을 완전히 희생하는 마르그리트의 사랑이 특별했다. 춤, 마임, 연기 모든 것이 분절없이 이어지면서 다채로운 움직임으로 3막을 꽉 채웠다.'카멜리아 레이디'는 코르티잔(상류층 남성과 계약을 맺고 부유한 생활을 보장받는 대가로 쾌락을 주는 여성)인 마르그리트와 명문가 출신 아르망 간의 사랑이 주된 내용이다. 드라마 발레로, 서사 안에서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어려운 작품.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동백아가씨(La Dame aux Camelias)'가 원작으로 독일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1978년 초연한 작품. 국립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마르그리트는 화려한 코르티잔의 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공연 중 의상이 11번 바뀐다. 무대에 등장할 때면 항상 그를 흠모하는 남자들이 주변에 몰려들지만 그의 시선은 항상 아르망을 향해 있다. 아르망은 마르그리트 앞에 엎드리면서 사랑의 마음을 간
지난달 28일 찾아간 서울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연습실에서는 헬기 소리와 함께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영국국립발레단 리드 수석무용수 이상은(38·사진)이 서울시발레단원들과 함께 요한 잉거의 작품 ‘워킹매드’ 동작을 맞추고 있었다. 큰 키(181㎝) 덕분에 쉽게 눈에 띄었고 동작이 시원시원했다. 이상은이 객원 무용수로 출연하는 ‘워킹매드’는 ‘블리스’라는 작품과 함께 더블빌(두 가지 작품을 한 무대에 올리는 것)로 오는 5월 9~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이상은은 열 살 때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본 뒤 발레를 배웠다.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게 2005년, 유럽 무용단으로 옮겨 20년간 무용수로 살았다. 매년 고전 발레와 컨템퍼러리 작품 골고루 갈라 무대에 섰지만 해외 무용단으로 진출한 뒤 컨템퍼러리 전막 작품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워킹매드’의 안무가 요한 잉거는 “이상은이 추는 춤과 사랑에 빠져서 내가 항상 따라다녔다”고 했다. 연습실에서 이상은과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요한 잉거의 작품은 여러 차례 경험했어요. 이번에 출연하는 ‘워킹매드’는 2013년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에서 대역으로 배웠어요. 2016년 주역이 돼서 비로소 무대에 올랐죠. 거의 10년 만에 한국에 와서 다시 배우고 있어서 매우 뜻깊고 즐겁습니다.”서울시발레단은 지난해부터 이상은이 몸담은 영국국립발레단에 직접 찾아가 그와 무대에 서고 싶다고 설득했다. 컨템퍼러리 발레단이라는 서울시발레단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는 무용수이기
"클래식 음악 듣기라는 취미는 음악과 나 사이, 1대1의 관계에서 시작되고 평생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취미가 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좋으면 평생 듣거든요. <하루 하나 클래식 365>(문예춘추사)가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최근 출간된 <하루 하나 클래식 365>의 대표 저자 플루티스트 안일구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책을 저술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하루 하나 클래식 365>는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을 위해 음악을 접하는 방식이나 감상 방법, 음악을 둘러싼 배경 지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클래식 음악을 매일 한곡씩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안일구는 재주가 많다. 그는 우선 뮤지션이다.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와 마인츠 국립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일구쌤19teacher'도 운영하면서 매일 아침 8시에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하루 하나 클래식'이라는 코너도 진행한다. 여기서 1년 365일동안 소개해온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것. 그는 "함께 책을 집필할 '음악 덕후'를 한 분, 한 분 찾아가 설득하고 섭외했다"고 했다. 공동 저자로는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겸 흉부외과의 유정우 등이 이름을 올렸다.안일구는 "악기를 연습하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수없이 과정을 반복하면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 '무언가를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다는 것에 공통점을 가진다"며 "내가 사랑하는 독서와 음악을 하나로 결합한 음악책을 내는 일은 오랜 꿈이기도 했다"고 말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 탄생 150주년인 올해 안 퐁텐 감독은 라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볼레로: 불멸의 선율’(사진)을 내놨다.“나는 머릿속 음악만 믿는다. 당신에겐 키스 대신 음악을 주고 싶다.” 세상 만물이 음악으로 들렸고 연심을 품은 상대에게조차 음악을 선물하고 싶어 한 라벨. 영화는 그의 대표곡 볼레로 탄생에 일조한 여러 명의 뮤즈를 조명한다. 콩쿠르에 수차례 떨어진 그가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준 어머니, 라벨의 음악에서 섹슈얼리티를 발견하고 곡을 의뢰한 발레리나 이다 루빈시테인, 당대 프랑스 파리의 모든 예술계가 흠모한 여인 미시아 세르, 스페인 구전가요에서 볼레로의 힌트를 얻게끔 도와준 가정부 르블로 부인 등과의 일화가 흥미롭다.볼레로의 규칙적인 리듬은 그의 아버지가 일하는 공장의 기계 소리에 영향을 받았다. 음악을 거의 완성한 극 중 라벨은 음악을 의뢰한 루빈시테인을 공장으로 불러 “(볼레로로 무대에 올려질) 발레의 정신은 현대에 바치는 찬가이자 기계 세계에 대한 은유”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리허설 때 루빈시테인의 무대를 확인한 라벨은 불같이 화를 낸다. 둥그런 무대 중앙에 선 루빈시테인과 원을 둘러싼 남성들이 볼레로에 맞춰 에로틱한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루빈시테인의 고집을 꺾지 못한 라벨은 그대로 볼레로의 파리 초연 무대를 보러 간다. 모두가 환호했고 항상 라벨을 드뷔시와 비교해 평가절하하던 평론가조차 “예전에 짜증 났던 당신의 기교주의가 에로틱한 차원으로 발휘됐다”고 호평했다. 영화는 역설적으로 완벽주의 천재인 라벨이 최고작으로 여기지 않은 결과물이 그를 다시 사랑받게
미국의 세계적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 입단해 한국인 최초 수석무용수가 된 서희(39·사진). 발레 꿈나무들이 이름만 들어도 설렐 정도로 상징적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달 내한해 미국 발레의 정수를 보여줬다.서희는 2015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비영리재단인 사단법인 HSF(Hee Seo Foundation)를 운영하고 있다.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 서희와 발레 영재 지원에 관해 인터뷰했다.“저 역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장학금을 받으면서 발레를 배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했죠. 10년이 넘도록 재단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 덕분이에요.”서희는 예술가에게는 능력, 노력, 타이밍이라는 3박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능력이 있고 노력하는 친구들에게 ‘적기의 타이밍’을 알려주는 건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제가 무용수로서 배우고 느낀 걸 전하는 것도 재단의 중요한 일이 됐지요.”HSF만의 차별화된 지원 방법은 무엇일까. 서희는 “지원 방법을 다양하게 마련했다”며 “재단의 재정적 책임을 분산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학생이 장학금 수혜를 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단에서 직접 장학금을 주는 제도와 함께 콩쿠르를 통해 외국 발레 학교를 연결해 그쪽에서 장학금을 지급하게 하는 제도를 병행한 게 주효했다.HSF는 미국에서 매년 4월 열리는 세계 최대 스칼러십 발레 콩쿠르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YAGP)’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HSF가 YAGP 한국 예선을 주최하고, 국내 5개 예술 중·고교 실기 우수 장학생에게 ‘예술학교
결혼, 출산으로 노래를 잠시 떠났던 소프라노 강정원(사진)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그는 오는 13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강정원은 유명한 클래식 성악곡과 함께 한국의 대표 민요인 아리랑을 클래식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 무대에는 강정원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신민철, 플루티스트 김태윤이 함께 한다. 이번 공연에 대해 강정원은 "클래식의 대중화를 고민하며 만든 무대"라고 설명했다.강정원은 오라토리오 대표곡 중 하나인 바흐의 '이히 하베 게누크(Ich habe genug)'를 들려준다. 바흐의 유명한 곡으로 1727년 성모마리아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연주됐던 기록이 있다. 경건한 음악적 색채가 강하고, 레치타티브(서창)와 아리아만으로 이뤄진 바로크 시대의 곡으로 꼽히는 곡이다. 이어 강정원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곡인 '노래하지 마오, 아름다운 사람이여'를 부른다. 라흐마니노프가 1902년 아내 사티나에게 헌정한 곡으로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렸다.이밖에 그는 우리 음악 '아리랑'을 클래식풍으로 해석한 곡을 부를 예정이다. 경상도 아리랑부터 아리 아리랑, 밀양 아리랑 등 3곡을 묶었다. 그는 "한국인이 누구나 아는 노래로, 관객과 클래식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고 말했다.강정원은 2023년 40대 중반의 나이로 벨기에 브뤼셀 국제 콩쿠르에 출전해 성악부분 1위를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콩쿠르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의 아리아들을 훌륭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세를 몰아 지난해 서울아트콩쿠르 성악부분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강정원은 "적지 않은 나이, 여러 상황을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공연예술계가 뜨겁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라벨의 음악을 녹음한 신보를 발표했고 안느 퐁텐 감독은 라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볼레로: 불멸의 선율'을 내놨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라벨의 대표곡 '볼레로'(1928)는 15분마다 지구상 누군가가 듣고 있는 음악이라고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의 배경음악, 영화 '밀정'과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PC게임에서조차 들을 수 있는 곡이어서 사는 곳이나 세대에 따라 이 음악에 얽힌 추억도 매우 다양하다. 퐁텐 감독은 라벨이 창작한 불멸의 선율이 세상에 어떻게 나왔는지, 탄생의 비화를 영화를 빌어 보여준다."나는 머릿 속 음악만 믿는다. 당신에겐 키스 대신 음악을 주고 싶다." 세상 만물이 음악으로 들렸고 연심을 품은 상대에게조차 음악을 선물하고 싶어했던 라벨. 영화는 그의 삶 속에서 볼레로의 탄생에 일조한 여러 명의 뮤즈를 조명한다. 콩쿠르에 수차례 떨어졌던 그가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준 어머니, 라벨의 음악에서 섹슈얼리티를 발견하고 곡을 의뢰한 발레리나 이다 루빈슈타인, 당대 파리의 모든 예술계가 흠모하던 여인 미시아 세르, 스페인 구전가요에서 볼레로의 힌트를 얻게끔 도와준 가정부 르블로 부인 등과의 일화가 흥미롭다.볼레로의 규칙적인 리듬은 그의 아버지가 일했던 공장의 기계소리에 영향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거의 음악을 완성한 극 중 라벨은 음악을 의뢰한 루빈슈타인을 공장으로 불러 "(볼레로로 무대에 올려질) 발레의 정신은 현대에 바치는 찬가이자 기계 세계에 대한 은유
현대무용과 스페인 민속춤인 플라멩코의 만남을 그린 무용 ‘아파나도르’는 스페인 국립플라멩코발레단에 신세계를 열어줬다. 콜롬비아 사진작가 루벤 아파나도르가 플라멩코 무용수들을 촬영한 흑백 사진집에서 영감을 얻어 연출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무용으로 탄생시킨 이 작품은 2013년 초연한 이후 세계 각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지구 반대편 무용단의 폭발적 에너지가 지난달 30일과 1일 이틀간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총 3회 재현됐다. 최근 만난 무용수 윤소정(31·사진)은 스페인 국립플라멩코발레단의 유일한 한인 무용수다. 그는 단원들과 함께 내한 공연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아파나도르는 플라멩코 하면 떠오르는 붉은색에서 벗어나 흑백,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담아냈어요. 검은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아름답고도 거친 몸짓, 의자와 교수대 등을 오브제로 활용한 파격적인 무대 구성이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거 같아요.”생후 7개월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살아온 윤소정은 스페인의 민속 무용을 배웠고 스물다섯이던 2019년 국립플라멩코발레단에 입단했다. 아시아인 최초 입단이었고 지금도 한국인 무용수로는 유일하다. 이번 공연을 위해 함께 방한한 루벤 올모 예술감독은 “오디션에서 윤소정의 춤을 봤을 때 이미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윤소정은 “아파나도르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익혀 온 스페인 무용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며 “사진집에 수록된 과장된 오브제를 댄서의 움직임으로 극대화하는 작업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극단에 이르는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스페인 국립플라멩코발
지난 28일 찾아간 서울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연습실에선 헬기 소리와 함께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영국국립발레단 리드 수석무용수 이상은(38)이 서울시발레단원들과 함께 요한 잉거의 작품 '워킹매드' 동작을 맞추고 있었다.연습실에 설치된 커다란 벽에 문이 열리고 닫히는 씬, 그리고 벽에 남녀 무용수가 몸을 부딪치다가 남자 무용수만 벽위에 기어올라 다른 세상으로 자신을 투신하는 마지막 장면이 펼쳐졌다. 이상은이 객원 무용수로 출연하는 '워킹매드'는 블리스라는 작품과 함께 더블빌(두 가지 작품을 한 무대에 올리는 것)로 오는 5월 9일~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이상은은 10살때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을 본 뒤 발레를 배웠다.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게 2005년. 그리고 2010년 유럽 무용단으로 옮겨 총 20년간 무용수로 살았다. 매년 고전 발레와 컨템퍼러리 작품 골고루 갈라 무대에 섰지만, 해외 무용단으로 진출한 뒤 컨템퍼러리 전막 작품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는 건 처음이다. 워킹매드의 안무가 요한 잉거는 "이상은의 춤에 사랑에 빠져 내가 항상 따라다녔던 무용수"라고 했다. 연습실에서 그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요한 잉거의 작품은 여러 차례 경험했어요. 이번에 출연하는 '워킹매드'는 2013년 드레스덴 젬퍼 오퍼 발레단에서 대역으로 배웠어요. 2016년에는 주역이 돼서 비로소 무대에 올랐죠. 거의 10년만에 한국에 와서 다시 배우고 있어서 매우 뜻깊고 즐겁습니다."서울시발레단은 지난해부터 이상은이 몸담고 있는 영국국립발레단에 직접 날아가 그와 무대에 서고 싶다고 설득했
강원도 원주에서 손열음을 발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에게 연결해준 사람은, 동향 출신의 지휘자 정치용(68)이다. 그는 한예종 음악원의 교수(현재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학교 밖 수많은 음악회에서도 사제 간의 '첫 정'은 이어졌다. 정교수와 손열음은 협연을 통해 합을 맞췄고 다양한 음악적 견해를 나눠온 사이다. 손열음이 대관령 음악제 예술감독을 할 때다. 정치용 교수는 손열음의 부탁에 수차례 지휘봉을 잡았다. 원주 출신으로서 천혜의 자연이 두 사람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정 치용 교수는 믿는다."서울보다는 원주가 자연을 가깝게 대하는 곳이죠. 치악산이라는 명산도 있고, 자연이 손열음이나 저에게 알게 모르게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콘크리트 시멘트보다는 음악가로서 감성을 발전시키기에 좋으니까요." 고향의 감상으로 운을 뗀 정 교수는 손열음이라는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손열음은 예술가로서 자신의 세계를 잘 만들어가는 인물이에요. 피아노를 전공했고 피아노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단순히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는 범주를 뛰어넘고 싶어했어요. 지적인 탐구심이 상당한 친구였죠."정 교수의 회상에 따르면 손열음은 음악 외적인, 예술 전반에 관한 흥미와 관심이 컸다. 지금도 그런 손열음의 성품이 음악 활동에 자연스럽게 묻어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평가다."관심 분야도 시시각각 달랐지만 그때마다 엄청난 몰입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강렬한 눈빛이 생각납니다. 그 때마다 열음이는 크게 될 학생
올해 15주년을 맞는 대한민국발레축제. 김주원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 예술감독(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이 총 연출·예술감독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행사 개막을 앞두고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주원 예술감독은 “커넥션(연결)을 주제로 발레로 소통하는 무대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이번 축제는 5월 9일부터 6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뤄진다. 총 12개 단체가 참여하고 26회의 공연, 5회의 부대행사를 통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컨템퍼러리 발레단을 표방해 창단한 서울시발레단은 올해의 새로운 얼굴이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대표이사는 “스웨덴 출신의 현대 발레 안무가 요한 잉거의 '워킹 매드 & 블리스'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며 5월 9일부터 축제의 서막을 알리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는 기획 및 특별공연이 준비돼 있다. 눈길을 사로잡은 공연은, 발레축제 15주년 특별공연 '커넥션(conneXion·5월 28일)'. 한국 발레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
현대무용과 스페인 민속 춤인 플라멩코의 만남을 그린 무용 '아파나도르'는 스페인 국립플라멩코발레단에게 신세계를 열어줬다. 콜롬비아 사진작가 루벤 아파나도르가 플라멩코 무용수들을 촬영한 흑백 사진집에서 영감을 얻어 연출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무용으로 탄생시킨 '아파나도르'는 2013년 초연 이후 세계 각지에서 호응을 얻었다. 지구 반대편 무용단의 폭발적 에너지는 오는 30일과 5월 1일, 양일간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재현된다. 차갑고 정적인 사진의 순간을 재해석한 뜨거운 무대를 준비중인 무용수 윤소정(31)을 지난 28일 만났다. 그는 스페인 국립플라멩코발레단 내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다. "'아파나도르'는 플라멩코하면 떠오르는 붉은색에서 벗어나 흑백,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검정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아름답고도 거친 몸짓, 의자와 교수대 등을 오브제로 활용한 파격적인 무대 구성을 만나보실 수 있을 거에요."생후 7개월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쭉 살아온 윤소정은 스페인의 민속 무용을 배웠고 2019년 국립플라멩코발레단에 입단했다. 아시아인 최초 입단이었고 지금도 한국인 무용수로는 혼자다. 이번 공연을 위해 함께 방한한 루벤 올모 예술감독은 "오디션에서 윤소정의 춤을 봤을 때 이미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윤소정은 "'아파나도르'를 통해 어린시절부터 배워온 스페인 무용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며 "사진집에 수록된 과장된 오브제들을 댄서들의 움직임으로 극대화하는 작업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극단에 이르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스페인 국립플라멩
오는 6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하는 발레리노 전민철(21)이 세계적 국제 무용 콩쿠르인 ‘2025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서 전체 1등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YAGP는 2000년 창설된 이후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발레 콩쿠르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의 무용수들이 클래식 발레와 클래식 파드되(2인무) 부문, 군무 부문, 컨템퍼러리 발레 부문 등에서 실력을 겨룬다. 올해는 전 세계 1만2000명이 출전한 가운데 예선을 거쳐 41개국 2000명을 선발했다. 마지막 결선은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 있는 스트라즈센터에서 지난 27일 치러졌다.발레 시니어 남자 부문에 출전한 전민철은 모든 부문과 연령대를 통틀어 최고 실력을 선보인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전체 대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그는 고전 발레 부문에서 ‘지젤’의 2막 중 알브레히트의 춤으로 출전했다. 두 번째 무대 평가에서는 새로운 작품인 ‘에스메랄다’로 평가받았다.전민철은 2023년 이 대회에서 파드되 부문에 출전해 2인무 1등상을 받은 바 있다. 전민철은 올해 YAGP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다섯 번째 한국인 그랑프리 수상자가 됐다.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발레리나 서희(2003년)와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012년), 영국 로열발레단 솔리스트 전준혁(2016),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박건희(2024년)가 그랑프리를 수상했다.올해 YAGP에서도 한국인 수상자들의 입상이 두드러졌다. 시니어 파드되 부문에 출전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성재승(19)과 소하은(19)이 1등상을 받았다. 성재승은 발레 시니어 남자 솔로 부문에서도 2위에 올라 발레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니어 남자 부문
6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하는 발레리노 전민철(21)이 세계적인 국제 무용 콩쿠르인 '2025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서 전체 대상 격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YAGP는 2000년 창설된 이래 매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발레 콩쿠르다. 세계 각국의 무용수들이 클래식 발레와 클래식 파드되(2인무) 부문, 군무 부문, 컨템퍼러리 발레 부문 등에서 실력을 겨룬다. 우수한 실력을 보여준 참가자들을 세계적인 발레단 관계자들이 눈여겨 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는 전 세계 1만2000명이 출전한 가운데 예선을 거쳐 41개국 2000명을 선발했다. 마지막 결선은 미국 플로리다 템파에 있는 스트라즈 센터에서 지난 27일 열렸다. 발레 시니어 남자 부문에 출전한 전민철은 모든 부문과 연령대를 통틀어 최고 실력을 선보인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전체 대상인 '그랑 프리'를 수상했다. 전민철은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열렸던 유니버설발레단 정기공연 '지젤'에서 알브레히트로 성공적인 전막 데뷔를 한 바 있다. 20일 출연 공연을 마지막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콩쿠르에 참가한 그는 고전 발레 부문에서도 지젤의 2막 중 알브레히트의 춤으로 출전했다. 두번째 무대 평가에서는 새로운 작품인 '에스메랄다'로 평가받았다. 고전 발레의 고난도 테크닉을 보여줄 때마다 참관자들의 박수와 호응이 쏟아져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전민철은 2023년 이 대회에서 파드되(2인무) 부문으로 출전해 2인무 1등상을 받은 바 있다. 전민철은 올해 YAGP 그랑 프리를 수상하면서 5번째 한국인 그랑 프리 수상자가 됐다. 현재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로 활동중인 발레리나 서희(2003년),&nb
미국 뉴욕 소재의 세계적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 입단해 한국인 최초 수석무용수가 된 발레리나 서희(39). 한국 발레 꿈나무들이 이름만 들어도 설렐 정도로, 상징적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발레단 동료들과 내한해 미국 발레의 정수를 보여줬다. 서희는 "공연 전의 마음가짐이나 떨림은 발레단에 처음 들어갔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 마음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믿고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서희는 2015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비영리재단인 사단법인 HSF(Hee Seo Foundation)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그가 재단을 통해 한국의 발레 영재 발굴과 양성을 목표로 문화예술 사업을 진행한 지 꼭 10년을 맞았다. 뉴욕으로 떠나기 직전 서희와 발레 영재 지원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저 역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장학금을 받으면서 발레를 배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한다고 항상 생각했었지요. 10년이 넘도록 재단을 오래 운영했던 비결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 덕분이에요. 재단의 규모가 극적으로 커지진 않았지만 10년동안 내공이 쌓이고 탄탄해졌다고 느껴요."서희는 예술가에게는 능력, 노력, 타이밍이라는 3박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능력이 있고 노력하는 친구들에게 '적기의 타이밍'을 알려주는 건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제가 무용수로서 배우고 느낀 걸 전하는 것도 재단의 중요한 일이 되었지요."HSF만이 갖는 차별화된 지원 방법은 무엇일까. 서희는 "지원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었다"며 &qu
“늦게 발레를 시작한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아 기쁩니다. 저만의 춤을 출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지난 1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적 무용 콩쿠르 ‘발렌티나 코즐로바 국제무용콩쿠르’에서 시니어 부문 금상을 받은 류희정(22·사진)은 이같이 수상 소감을 전했다. 대구 태생인 그는 만 11세에 발레를 시작했다. 류희정은 “신체 조건이 좋기에 주변에서 발레를 해보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 도전해보니 유연성, 표현력 등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늦게 시작한 만큼 피나는 노력을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진학했어요. 그 전에는 체계적인 발레 레슨을 받기 위해 고향인 대구와 서울을 분주히 오갔지요.”그가 금상을 탄 발렌티나 코즐로바 국제무용콩쿠르는 볼쇼이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한 코즐로바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대회다. 대회의 역사는 2011년부터로 짧지만 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다양한 현대무용의 근간이 있는 뉴욕에서 열려 세계적인 춤꾼들이 몰려드는 행사다.류희정이 출전한 올해 대회도 13개국 100명의 무용수가 참가해 경쟁이 치열했다. 류희정은 이 대회에서 펼쳐진 두 개 라운드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며 일찍이 심사위원의 눈도장을 찍었다. “해외 콩쿠르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상하게 담대한 기분이었다”며 “이번 상을 계기로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콩쿠르 창시자인 발렌티나 코즐로바는 “한국의 발레는 세계적 위상을 뽐내고 있다”며 “출전자들은 깨끗하면서 우아한 테크닉을 갖췄고 섬세한 예술성도 돋보였다”고 평가했다.이해원 기자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지난 25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2025 온소 레코드: 바이닐 클럽’을 열었다. 1970~1990년대 청년문화 중심지 명동, 그리고 ‘청개구리’를 비롯한 음악카페가 포크 문화를 이끌던 곳에서 이뤄진 이번 행사는 참석자들에게 ‘시간 여행’을 선물했다.이번 행사에는 대한민국 대표 포크 가수 양희은(사진)과 음악평론가 임진모가 참석해 음악과 시대적 배경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청개구리는 1970~1980년대 명동 대표 문화 공간으로 시인, 대학생, 인디 뮤지션이 모여 연주하고 연극 대본을 나누는 등 예술 활동을 공유한 장소였다.정몽구재단은 공연 시작 전 레트로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해 당시 분위기를 재해석한 ‘음악다방’을 마련했다. 관객은 다방 커피, 쌍화차, 전통 다과를 즐기며 DJ 부스에 신청곡을 요청해 즉석 음악 감상을 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옛 명동의 음악다방 분위기를 체험한 것. 2부로 구성된 이번 행사에서 1부는 임진모가 ‘그 시절 명동과 을지로의 추억’ ‘돌아가고 싶은 단 하루’ 등을 주제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2부에서는 양희은이 무대에 올라 ‘한계령’ ‘상록수’ ‘아침이슬’ 등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를 불러 깊은 울림을 줬다. 양희은은 “1970년대 청개구리에서 아침이슬, 이 노래를 불렀다”며 “이 공간에 다시 서 옛 시절을 마주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회를 전했다. 온드림 소사이어티는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2022년 명동에 설립한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내세우며 일상 속 문화예술 확산과 다음 세대 육성을 위
자신의 평전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귄터 그라스(사진)는 1927년 폴란드 그단스크(옛 독일 단치히 자유시)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강제로 히틀러 청소년단에 가입했다. 공군보조병 등으로 참전했는데 나중에 나치 친위대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1954년 서정시 대회에 입상하며 문단에 발을 들인 그는 같은 해 전후 청년 문학의 대표 집단인 ‘47그룹’에 가입했다. 그의 대표작 <양철북>(1958)의 미완성 초고를 47그룹에서 강독했는데 ‘47그룹문학상’을 탔다. 1959년 이 작품으로 게오르크 뷔히너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거머쥐었다.자신의 생애를 갈무리하는 장편 <나의 세기>를 펴내 다시금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 작품으로 그는 199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군사정권에 비판적인 해외 지식인으로 국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한국에서는 꽤 오랫동안 작품이 소개되지 못했다. 영화 ‘양철북’도 늦게 수입됐다. 그라스는 2015년 작고했다.이해원 기자
‘현대무용의 시인’이란 평가를 받는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58). 2016년 세계적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우수 안무상을 받은 정상급 무용가다. 스웨덴왕립발레단에서 클래식 발레로 무용계에 입문한 그는 현대무용계의 거장 지리 킬리안이 이끄는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에서 1990년부터 2002년까지 현대무용의 움직임을 익혔다. 안무가로서는 1995년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그는 2002년 스페인 국립무용단과 비제의 오페라를 재해석한 ‘카르멘’으로 자신의 작품을 처음 한국에 선보였다. 올해는 한국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과 함께 ‘워킹매드 & 블리스’를 더블빌(하나의 무대에 두 가지 작품이 연속해 오르는 것) 형식으로 올린다. 다음달 9~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는 아시아 첫 초연이라는 의미도 있다.공연을 앞둔 요한 잉거를 서면으로 만났다. 고전발레와 현대무용을 두루 경험한 그는 두 가지 무용의 차이에 대해 뚜렷한 견해를 보였다.“발레와 현대무용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춤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레는 하늘로 날아가듯 위를 향한 동작이 기본이고, 현대무용은 중력을 받아들이며 땅을 느끼는 데서 시작하죠. 현대무용의 움직임은 외부보다는 무용수의 내면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발레에 비해) 좀 더 인간적인 면모가 있습니다.”발레에서 정확한 테크닉과 동작, 내레이션이 어길 수 없는 약속이라면 컨템퍼러리 발레는 유동적인 흐름과 내면의 고찰이 중요하다. 그는 이 두 가지 무용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무용세계를 만들었다. “고전 발레에서는 무대 위 무용수가 &
국립극장은 ‘여우락 페스티벌’(7월 4~26일)의 새로운 예술감독에 민요 소리꾼 이희문을 선임했다고 22일 발표했다.국립극장을 대표하는 여름 음악축제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한국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소통하며 경계를 허무는 무대를 매년 보여줬다. 이 축제는 2010년 시작된 이후 지난해까지 관객 8만2000명이 다녀갔고 객석 점유율은 평균 90%를 기록하는 등 국립극장의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행사다. 전통에 대한 탐구와 재해석이 이 축제의 키워드다.이희문 감독은 독창적인 감각으로 민요를 재해석하는 아티스트다. 2014년 ‘제비. 여름. 민요’를 시작으로 2016년 ‘한국남자’, 2017년 ‘씽씽락락’, 2019년 ‘13인의 달아나 밴드’ 등의 공연에서 여우락 무대에 선 바 있다.올해 여우락은 ‘민요의 재발견’을 화두로 개·폐막작을 포함한 12개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대중가수 최백호와 인순이,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인디밴드 까데호, 클래식 크로스오버 그룹 레이어스클래식 등이 민요를 새롭게 해석한 무대를 올린다. 젊은 국악 연주자와 명창들까지 180여 명이라는 역대 최다 출연진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음악축제를 완성해 나갈 예정이다.이 감독은 “민요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음악이며 그 진정한 힘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데 있다”며 “여우락이 모두가 빠져드는 낯설고 매혹적인 음악 세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년 여우락 페스티벌의 전체 라인업은 오는 25일 국립극장 공식 홈페이지와 SNS(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공개된다. 5월 20일에는 12개 공
올해로 창단 10년을 맞는 한경arte필하모닉이 다음달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토대로 교향악 공연을 연다. 뮤지컬 역사상 최고 흥행작인 ‘오페라의 유령’을 편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과 우주의 대서사시를 악상으로 옮긴 구스타프 홀스트의 대표곡 ‘행성’이 관객을 맞는다.2015년 창단한 한경arte필하모닉은 매년 다양한 콘셉트로 정기공연을 진행해 왔다. 올해는 지난 2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3번을 시작으로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왈츠의 왕으로 불리는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폴카, 오페레타 ‘박쥐’등 대중에 친숙한 곡들이 공연되며 객석의 호평을 받았다.올해 세번째 정기 공연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관현악 버전이 연주된다. 20분으로 압축된 이 곡은 원작 뮤지컬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도록 편곡됐다. 이는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 미국 팝의 전설인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 런던 신포니에타의 편곡을 맡고 있는 앤드루 코티가 편곡한 음악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팬이라면 귀에 익숙할 도입 멜로디 부분이 롯데콘서트의 대형 파이프오르간으로 연주되면서 관객의 감정이 보다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파이프오르간은 5000개의 풍부한 음색을 자랑한다. 오페라의 유령을 대표하는 뮤지컬 넘버('Think of me', 'The Mus
국립극장은 여름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7월 4일~26일)'의 올해 계획을 발표하고 새로운 예술감독에 민요 소리꾼 이희문을 선임했다고 22일 밝혔다. 국립극장을 대표하는 여름 음악 축제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한국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소통하며 경계를 허무는 무대를 매년 보여줬다. 이 축제는 2010년 시작된 이래 지난해까지 관객 8만 2000명이 다녀갔고 객석 점유율은 평균 90%를 기록하는 등 국립극장의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행사다. 전통에 대한 탐구와 재해석이 이 축제의 키워드다.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은 더 많은 대중들이 우리 음악을 친숙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새로 예술감독이 된 이희문은 전통 민요의 틀을 깨고 독창적인 감각으로 민요를 재해석해온 아티스트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17년 미국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출연했고,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과 뉴욕 링컨센터 페스티벌 등의 무대에도 초청돼 한국 음악의 저변을 확장해왔다.예술감독에 선임되기 오래 전부터 이희문은 여우락과도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2014년 '제비.여름.민요'를 시작으로 2016년 '한국남자', 2017년 '씽씽락락', 2019년 '13인의 달아나 밴드'등 참신한 기획을 살린 공연으로 여우락 무대에 섰다.이희문 감독과 함께 올해 여우락은 '민요의 재발견'을 화두로 개폐막작을 포함한 12개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축제는 결국 재밌어야 한다"는 이 감독의 기조 아래 독창적인 콘셉트의 무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지젤’(유니버설발레단) 1막. 연인의 배신으로 정신을 잃는 지젤을 연기 중이던 발레리나 홍향기가 무겁게 한 걸음을 뗐다. 곧바로 지중배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이 허공을 가로질렀고 극적인 오케스트라 음악이 울려 퍼졌다. 지젤은 미쳐가는 와중에도 손끝과 발끝으로 음표를 그려나갔다.윌리(처녀 귀신)가 된 지젤은 2막에서 자신의 무덤을 찾아온 연인 알브레히트를 살리기 위해 절절한 비올라 선율에 몸을 맡기고 슬픈 2인무를 이어갔다. 홍향기의 파트너는 발레리노 전민철. 객원 무용수로 함께한 그는 개막일(18일)과 이날 알브레히트로 나섰다.미르타(윌리의 여왕)의 주술에 걸려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알브레히트를, 그는 서른 번이 넘는 ‘앙트르샤 시스’(점프한 뒤 공중에서 발을 빠르게 교차하는 동작)로 표현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전민철은 박자를 잘게 쪼개가며 꼿꼿이 뛰어올랐는데, 마에스트로의 시선은 그가 쓰러질 마지막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오케스트라와 무대 위를 분주하게 오갔다. 무용수와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주고받는 긴장 속에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은 완성도 있게 절정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고전발레 지젤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작이다. 1985년 초연 이후 정기공연만 약 1500회 진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지젤만큼은 무대에 올렸다. 19일에는 낮 공연 지젤 역할의 무용수가 부상을 입어 2막에 설 수 없게 되자 저녁 공연 주연이 바로 무대에 투입됐다. 위기를 맞았지만 40년의 저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아돌프 아당이 작곡한 지젤의 음악은 난곡이다. 발레에 초점을 맞춰 작곡됐기에 모든 음표에 동작과 마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지젤'(유니버설발레단) 1막. 연인의 배신으로 정신을 잃는 지젤을 연기 중이던 발레리나 홍향기가 무겁게 한걸음을 뗐다. 곧바로 마에스트로 지중배의 지휘봉이 허공을 가로질렸고 극적인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울려퍼졌다. 지젤은 미쳐가는 와중에도 손끝과 발끝으로 음표를 그려나갔다.윌리(처녀 귀신)가 된 지젤은 2막에서 자신의 무덤을 찾아온 연인 알브레히트를 살리기 위해 절절한 비올라 선율에 몸을 맡기고 슬픈 2인무를 이어갔다. 홍향기의 파트너는 발레리노 전민철. 객원무용수로 함께 한 그는 개막일(18일)과 이날 알브레히트로 나섰다. 미르타(윌리의 여왕)의 주술에 걸려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알브레히트를, 그는 서른 번이 넘는 '앙트르샤 시스'(점프한 뒤 공중에서 발을 빠르게 교차하는 동작)로 표현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빨간 구두를 신은 카렌이 춤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그의 점프는 멈출 줄 몰랐다. 전민철은 박자를 잘게 쪼개가며 꼿꼿이 뛰어올랐는데, 마에스트로의 시선은 그가 쓰러질 마지막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오케스트라와 무대 위를 분주하게 오갔다. 무용수와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주고 받는 긴장감 속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은 완성도 있게 절정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고전발레 '지젤'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주특기이기도 하다. 1985년 초연해 40년동안 정기공연만 약 1500회에 이른다. 팬데믹 시기에도 지젤만큼은 무대에 올렸다. 지난 19일에는 낮공연 지젤 역할의 무용수가 부상을 입어 2막에 설 수 없게 됐는데, 저녁 공연의 주연이 바로 무대에 투입되며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위기를 맞았지만 40년의 저
현대무용의 시인이란 평가를 듣는 스웨덴 출신의 안무가 요한 잉거(58). 2016년 세계적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우수 안무상을 받은 정상급 무용가다. 스웨덴왕립발레단에서 클래식 발레로 무용계에 입문했던 그는 현대무용계의 거장 이르지 킬리안이 이끄는 무용단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에서 1990년부터 2002년까지 현대무용의 움직임을 익혔다. 안무가로서는 1995년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불안과 광기를 낱낱이 파헤쳐 복잡한 심리를 몸으로 드러내는 드라마 같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한국 무용씬에서도 유명한 사람 중 하나. 2002년 스페인 국립무용단과 비제의 오페라를 재해석한 ‘카르멘’으로 자신의 작품을 처음 한국에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한국의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과 함께 ‘워킹매드 & 블리스’를 더블빌 형식(하나의 무대에 두가지 작품이 연속해 오르는 것)으로 올린다. 5월 9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는 아시아 첫 초연이라는 의미도 있다. 공연을 앞둔 요한 잉거를 서면으로 미리 만났다. 고전발레와 현대무용을 두루 경험한 그는 두가지 무용의 차이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발레와 현대 무용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춤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레는 하늘로 날아가듯 위를 향한 동작이 기본이고, 현대무용은 중력을 받아들이며 땅을 느끼는 데서 시작하지요. 저만의 의견일지도 모르지만 현대무용의 움직임은 외부에서보다는 무용수의 내면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발레에 비해) 좀 더 인간적인 면모가 있습니다.&rdq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이해원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