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노력 갖춘 발레 영재들에게 '타이밍' 알려주는 게 내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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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

서희는 2015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비영리재단인 사단법인 HSF(Hee Seo Foundation)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그가 재단을 통해 한국의 발레 영재 발굴과 양성을 목표로 문화예술 사업을 진행한 지 꼭 10년을 맞았다. 뉴욕으로 떠나기 직전 서희와 발레 영재 지원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서희는 예술가에게는 능력, 노력, 타이밍이라는 3박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능력이 있고 노력하는 친구들에게 '적기의 타이밍'을 알려주는 건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제가 무용수로서 배우고 느낀 걸 전하는 것도 재단의 중요한 일이 되었지요."
HSF만이 갖는 차별화된 지원 방법은 무엇일까. 서희는 "지원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었다"며 "재단의 재정적 책임을 분산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학생이 장학금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에서 직접 장학금을 주는 제도와 함께 콩쿠르를 통해 외국 발레 학교를 연결, 그 쪽에서 직접 장학금을 지급하게 하는 제도를 병행한 게 주효했다.
장학생 선발의 기준도 다변화했다. "세계 유수 발레 학교, 발레단의 스타일이 각양각색이에요. 단체에 걸맞는 무용수의 장점, 필요성을 재단에서 강조하면서 피칭을 하죠. 그리고 장학금을 받는 시간도 장기와 단기로 나눠서 학생들이 '바로 지금의 상황'에 맞는 장학금을 선택할 수 있게 했어요."
HSF는 미국에서 매년 4월 열리는 세계 최대 스칼라십 발레 콩쿠르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YAGP)'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서희 본인이 2003년 그랑프리 수상자이기도 했고, 재단 설립 후에는 HSF가 YAGP의 한국 예선을 주최하고 국내 5개 예술 중고교 무용부에 실기 우수 장학생에게 '예술학교 장학금'을 매년 전달하고 있다. 재단을 통해 '예술학교 장학금'을 받은 인원수는 75명(2024년 기준)에 달한다.

서희가 몸담은 ABT에도 한국인 무용수들이 속속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리오페라발레단,마린스키발레단 등에서도 한국인 입단 소식이 들려온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려면 발레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서희는 믿는다.
"예술의 성과라는 게 숫자로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기에 수치로 성과를 측정하고 지원해야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한 예술가의 탄생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아낌없는 지원이 선행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래야 예술가들이 더 깊어지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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