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연출작으로 전주에 초대된 이희준 "이미 써 놓은 이야기 몇 개 있어요"
입력
수정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특집]
두 번째 연출작 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찾은 배우 겸 감독 이희준 인터뷰
▷<병훈의 하루> 역시 전주를 통해 공개된 작품이다. 전주국제영화제와의 인연이 특별하다. 7년 만에 또 다른 작품으로 귀환한 소감이 궁금하다.
일단 전주국제영화제를 좋아한다. 영화제가 5월에 열리지 않나. 봄의 절정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라서 그런지 늘 올 때마다 휴가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내 영화로 찾아온 기분은… 오랜만에 관객들을 직접 만나고 관객들의 반응을 눈앞에서 지켜보게 되어 정말 즐겁고 감격스러웠다. 특히 오늘 공개한 새 영화의 경우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웃어 주셔서 더더욱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병훈의 하루>에서는 공황장애를 가진 청년이 메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가 감행하는 하루의 외출을 그린 영화인데 정말로 그의 몇 시간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묘사도, 연기도 훌륭했다. 공황장애의 증상을 그리는 데 있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했는지.
오늘 다시 보니까 그 증상에 대한 표현을 다소 과하게 한 부분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때 내 심정은 그랬다. 당시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고, 내가 겪고 있는 상태를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다. 너무 힘들면 앞에 보이는 것들보다 귀로 들리는 것에 더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7년 전 첫 상영을 했을 때 한 관객이 공황장애를 가진 친구 이야기를 하며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도 난다.
당연히 독립영화고 단편이다 보니 그 많은 사람들을 섭외해서 출연시키지는 못했다 (웃음). 군중 안에서 몇몇 중요한 캐릭터들은 한예종의 연기과 후배들에게 부탁해서 연기를 하게 했고 나머지는 정말로 지나가는 분들이 화면에 담긴 것이다.
▷새 작품 <직사각형, 삼각형>과 <병훈의 하루>가 동반 상영을 했다. 신작의 경우 로만 폴란스키의 <대학살의 신>이라는 영화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인터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영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나.
그 작품 속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고 생각했다. 연극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영화도 역시 연극적이다. 배우의 입장에서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를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이번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 역시 극단 '간다'(이희준 배우가 속한 극단)를 통해 연극 무대로 먼저 올렸던 작품이다. 사실상 영화를 위해 쓴 각본이 아닌 연극 무대를 위해 쓴 각본이었던 셈이다. 영화화를 위해서 크게 바꾼 부분은 없다.
▷앞의 작품에서는 본인이 병훈 역을 직접 맡아서 활약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는.
사실 진선규 배우가 맡았던 역할을 하고 싶긴 했다. 그럼에도 내가 연기까지 하면 연기와 연출 사이에서 많은 것들을 조율하는 일이 힘들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역할을 맡으면 연기를 하다가 컷을 외치는 타이밍까지도 생각해야 하니 연출만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진선규 배우 역할에 몇몇 후보가 있긴 했다. 최종적으로는 가장 가깝고 연기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진선규 배우와 함께하게 되었다. 촬영 전 일주일 정도 연극 연습실을 대관해서 배우들과 리허설을 했다. 그 기간 연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캐릭터와 스타일을 만들어 갔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일반적이지 않고 감정의 기복이 많은 캐릭터들이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배우들이 너무나도 훌륭히 잘 해주었다.
▷말씀하신 대로 이 영화에는 한정된 공간에 많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배우들과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었을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술자리가 아닌가. 그래서 늘 촬영장에는 (소품으로) 술자리가 준비되어 있어서 촬영이 끝나면 회식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회차밖에 안되는 촬영이었지만 꿈처럼 즐거웠다.
▷처음 영화는 단편, 이번 영화는 중편이다. 다음 작품은 장편이 되는 것인가. 이희준 감독의 넥스트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장편으로 가는 루트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이야기의 성질과 특징에 따라서 단편이 될 수도, 장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써 놓은 이야기가 몇 개 있기는 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