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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이야기] 정치가 통계를 삼킬 때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주간 통계 폐지론을 둘러싼 풍경
정치가 통계에 색을 입힐 때

부동산 기사에서 ‘주간 통계’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아예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많고, 들어봤더라도 “내 집 값과는 전혀 다르던데”라고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통계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그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여전하다. 권력을 얻기 위한 진영이든, 빼앗기 위한 진영이든, 통계를 정권의 이야기로 끌어들이고 싶은 욕망만큼은 다르지 않다.

최근 한 학자가 “주간 통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단정적인 어조가 이례적이었다. 기사를 살펴보니, 실거래지수 모형 연구에 탁월한 학자이며, 논란이 많았던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과정에서도 목소리를 낸 인물이었다. 규제가 다시 강화되자, 본인의 분석 모델이 ‘유일한 정답’임을 재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정치적 맥락에서 부담을 덜고 싶었던 걸까.

주간 통계는 흐름을 보여주는 ‘불완전한 창’

실거래지수는 말 그대로 ‘거래가 끝난 후 신고된 가격’을 바탕으로 한다. 신고는 최대 30일 지연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정정되기도 한다. 결국 실거래지수는 후행 지표다. 반면, 주간 통계는 거래 이전 단계의 시장 기류, 매물 변화, 중개업소 인터뷰, 시세 흐름 등을 포착한다.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통계지만, ‘현재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유일한 창이기도 하다. 그 유연성은 오히려 현실을 반영하는 힘이다. 주간 통계가 정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폐지가 정답일 리도 없다.

게다가 “해외에는 주간 단위 통계가 없다”는 말로 폐지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한국 부동산 시장 특유의 민감성과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빠른 반응이 필요한 시장에선 ‘하루 단위 데이터’도 늦다. 지금의 통계가 완전하지 않다고 해서, 없애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정책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권력의 해석 전쟁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통계 생산과정에 개입 정황이 있다며 관계자의 메신저 내용까지 들춰냈다. 보고서 분량은 900페이지가 넘었지만, 언론은 그중 자극적인 부분만 골라 인용했고, 대부분의 국민은 “또 뭔가 터졌나 보지” 하는 반응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면,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본 듯하다. 공공기관과 실무자,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 간의 힘의 관계. 결국 이번 사안도 ‘을’과 ‘갑’의 구조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통계의 생산과 해석마저 이런 권력 관계 속에서 왜곡될 수 있다면, 통계는 더 이상 공공의 도구가 아니라 정치적 서사의 소재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조사가 ‘지난 정부의 5년’을 통째로 감사했다는 점이다. 정권 전체를 되감기하듯 들춰본 것이다. 통계를 매개로 벌어지는 ‘전 정권 심판극’이 지금 필요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 그 과정에서 조사를 받은 이들의 고통은, 통계에도 기사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문제는 통계가 아니라 해석자다

통계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 그래서 학자와 정책결정자는 다양한 지표를 병렬적으로 놓고 균형을 잡는다. 실거래지수는 결과를, 주간 통계는 흐름을 말한다. 어느 하나만으로 정책을 세우는 것은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결과를 확인한 뒤 대응하는 것은 대응이 아니다.

정보를 줄인다고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보가 부족할수록 시장은 더 민감하게 요동치고, 더 극단적인 해석이 등장한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통계가 아니라, 그것을 잘못 해석하고 정치화한 사람들이다.

통계를 신뢰하려면, 역할에 충실하라

시장은 예측불가하다. 그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메우는 것이 통계이고, 정책결정자는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해 정책을 조율한다. 학자는 통계의 구조와 한계를 다듬고, 그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정치인은 이 모든 과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전전 정부’가 정권을 잃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통계는 그 자체로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다. 학자가 연구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언론이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정책가가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정치인이 권력을 얻기 위해 통계를 왜곡하거나 단정한다면—그 어떤 정밀한 통계도 신뢰를 잃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통계는 비로소 공공의 언어가 된다. 지금 필요한 건 통계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다시 점검하는 일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명재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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