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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사동 가로수길 말고 ‘신사동 클래식 코스’ 어때요?

[arte] 뚜벅이 클덕 권혜린의 작은 공연장 탐방기

'도심 한복판의 멋진 공연장'
서울 신사동의 '거암아트홀'
"그동안 이름만 들어보다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저도 이곳에 처음 와봤는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런 멋진 공연장이 있다니 깜짝 놀랐어요. 클래식 기타 공연에 최적화된 규모와 컨디션이라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습니다."

지난 4월 19일, 무대에서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Lágrima와 Adelita를 연주하고 난 박규희 기타리스트가 옆에 놓여있던 마이크를 들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꺼낸 첫마디에는 공간에 대한 만족감이 묻어났다. 연주자의 기대와 설렘이 담겨 있어서였는지 이날의 연주는 무척 아름다웠고 클래식 기타 특유의 서정성을 만끽하는데도 더없이 좋았다. 나를 포함한,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의 마음도 아마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날 박규희 기타리스트가 '도심 한복판의 멋진 공연장'이라 칭한 곳은 바로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거암아트홀이다.
거암아트홀. 신사스퀘어 4층에 위치해있다. / 사진. ©권혜린
지하철 3호선 신사역 근처, 한남대교 남단 더 리버사이드호텔 맞은편에 시선을 끄는 건물이 하나 있다. 건물 외벽의 격자무늬 화강석이 눈에 띄는 '신사스퀘어'인데 이곳 4층에 거암아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겉보기엔 사무실과 레스토랑, 병원 같은 상업시설이 입점해있는 강남의 흔한 건물 중의 하나처럼 보이지만 '작고 아름다운 클래식 공연장'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나면 '신사스퀘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이 왠지 더 낭만적이고 멋있게 느껴진다. (신사스퀘어는 지난해 열린 제42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건축적 가치와 도시문화 발전에 기여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니 더 궁금하지 않은가!?)

거암아트홀에 갈 때는 커피를 한 잔 사 들고 조금 일찍 가기를 추천한다. 쾌적한 분위기의 로비에는 널찍하고 편한 의자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큰 창이 있어서 공연이 시작되기 전 그날의 프로그램을 훑어보며 여유를 즐기기 좋기 때문이다.
거암아트홀 로비 / 출처. 거암아트홀 홈페이지
만약 날씨까지 도와준다면 럭키비키! 낮 공연이라면 제법 멋진 한강 뷰도 감상할 수 있고, 저녁 공연이라면 불빛 반짝이는 한남대교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호텔처럼 고급스럽고 깔끔해서 여러모로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별 세 개쯤은 흔쾌히 줄 수 있을 것이다.

거암아트홀은 144석의 아담한 규모로 객석의 단차가 꽤 높아서 뒤쪽에 앉아도 시야가 충분히 좋다. 객석이 무대를 향해 길게 뻗은 형태라 무대에 집중이 잘 된다는 장점도 있다. 벽과 바닥이 나무로 마감된 이곳은 무엇보다 음향이 좋아서 공연을 볼 때마다 늘 만족스러운데, 박규희 기타리스트의 공연에서도 거의 맨 뒷줄에 앉았지만 손끝에서 튕겨지는 기타 줄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고 소리의 울림도 아름다웠다.
거암아트홀 공연장 / 출처. 거암아트홀 홈페이지
이날 박규희 기타리스트는 스페인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와 브라질의 작곡가 빌라 로부스의 곡들을 들려주었다.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는 두 나라의 음악가들 작품이지만 클래식 기타의 따뜻하고 아련한 음색 덕분에 마음이 한없이 촉촉해졌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비롯한 타레가의 곡들은 어쩜 그렇게도 이국적이면서 아름다운지, 클래식 기타를 잘 몰라도 듣는 이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반면에 빌라로부스의 기타를 위한 프렐류드와 에튀드는 기타의 다양한 테크닉을 만끽할 수 있는 현대적인 작품이었다.

박규희 기타리스트는 연주 중간에 기타의 특징과 주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는데, 기타는 현악기이면서 타악기도 되고 소리와 울림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주를 들으니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일찍이 베토벤도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다'라고 했다는데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거암아트홀에서는 올해도 기획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거암 클래식 시리즈'에서는 5월에 박재홍 피아니스트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이현정 바이올리니스트 리사이틀이 열리고 11월에는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2025 서울바흐축제-실내악 시리즈가 열린다. 9월과 10월에는 '거암 보컬 시리즈'를 통해 테너 최원휘의 해설로 바리톤 김기훈,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테너 손지훈을 만날 수 있다. 또 '거암 신사담 시리즈'에서는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리사이틀에 이어 7월에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으니 한 번쯤 '도심 한복판의 멋진 공연장'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지난 4월19일, 거암아트홀 기획공연인 <신사담> 시리즈로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 사진. ©권혜린
아, 뚜벅이 클덕인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신사동 클래식 코스'가 하나 더 있다. 거암아트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여섯 정거장만 가면 도착하는 클래식 음반 전문 매장 '풍월당'이다. 오페라를 사랑한 정신과 전문의 박종호 선생님이 2003년 설립한 이곳에는 음반뿐만 아니라 클래식 관련 책도 다양하게 큐레이팅 되어 있어서 구경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내가 1차로 거암아트홀에서 공연을 보고 2차로 풍월당에 들렀던 어느 토요일 오후엔 손님이 뜸해 매장을 가득 채운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독주곡'을 마음껏 감상하며 책을 고를 수 있었다. (압구정로데오 거리에 이런 공간이 무려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나 같은 클덕에게는 정말 소중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매장에 계시던 직원분께서 따뜻한 커피까지 한 잔 내어주셨고 덕분에 나도 잠시 테이블에 앉아 고른 책을 읽으며 ‘클래식 망중한’을 즐길 수 있었으니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이었다.
풍월당의 음반과 서적 코너 / 사진. ©권혜린
신사동은 가로수길도 유명하고 맛집도 많지만 이렇게 '클래식 코스'도 있다는 사실! 혼자라면 차분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고 누군가와 함께라면 나눌 이야기가 많아서 좋을 코스다. 잘 만들어진 공간에서 오롯이 음악을 즐기는 귀한 시간도,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사명감이 켜켜이 쌓인 공간에서 그 마음을 느껴보는 고즈넉한 시간도 모두 당신의 일상에 좋은 기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권혜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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