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머니 무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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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자금이탈 현실화 주목이자를 지급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자 미국 재무부가 대응에 나섰다. 미국 의회에서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안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은행 예금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머니 무브’(자산 이동)가 일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최근 이자를 지급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를 내놨다. TBAC는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전략을 자문하는 민간 전문가 위원회로, 미 재무부의 정책 방향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구다.
보고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면 전통적 은행 예금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자금 이탈이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미국 내 수시입출금 계좌에 예치된 5조7000억달러(약 7800조원)가 잠재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스테이블 코인이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한다면 전통적인 예금에서 돈이 빠져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자형 스테이블 코인이 담보 자산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택하면 향후 미 국채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그러면서 스테이블 코인 성장으로 최대 1조6000억달러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스탠다드차타드(SC)의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4년간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량을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위원회는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 밖에서 비(非)달러 통화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위원회는 “스테이블 코인은 예금을 빼앗아 기존 은행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도 “스테이블 코인이 은행과 금융기관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하고 블록체인 기술 사용의 혜택을 누릴 기회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공화당은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 코인 규제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마련한 ‘미국 스테이블 코인 국가혁신법(지니어스 액트)’을 제출했지만 법안에 이용자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8일 상원에서 부결됐다. 법안 부결 직후 공화당은 수정된 법안을 재발의했고 향후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