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뒤로 밀려난 '금융당국 개편안' 논의…금융권 '긴장' [신민경의 여의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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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금융당국 쪼개지나
민주 "조직개편 논의, 대선 이후로 구체화"
"기재부만 손볼지, 당국 연쇄 손볼지 검토"
바짝 긴장한 금융위·금감원
금융권도 대응 태세 돌입
민주 정책위 "금융당국 개편안, 당장은 후순위"
14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기준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약집 구성에 '정부 부처 조직개편안'은 후순위로 미뤄둔 상태다.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는 최근 공개된 10대 핵심 공약을 포함한 정식 공약집을 오는 18~20일께 발표할 예정이다.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현재 시점 기준 모든 상임위에 걸쳐 정부 조직 개편 공약은 공약집에 담지 않은 상태"라며 "조직 개편안은 별도의 파일로 관리 중인데, 이를 담을지 여부는 공약집 발간 직전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금융당국 개편과 관련해선 '기획재정부' 개편은 필수로 염두에 두고 있고, 여기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까지 연쇄적으로 손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두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선이 임박해 시급한 공약을 챙기는 게 급선무인 만큼 금융당국을 비롯한 부처 조직개편안은 최근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선 선대위·정책위에 '마지막까지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와 금융당국 등 정부 부처의 감독체계 개편은 특정 부처에 있던 힘의 균형을 바꾸는 것이어서, 관료조직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금융권과 재계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결국 유권자 표심에 직결되지 않는 부처 개편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정권을 잡은 뒤 정무적 판단에 따라 법 개정을 통해 풀어가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민주당 정무위 한 의원은 "굳이 공약집에 포함해 정치적 부담을 키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 따라 연쇄 개편 가능성…당국·시장 초긴장
민주당이 앞서 기재부에 대해 대대적 조직 개편을 예고한 바 있는 만큼 정권 교체가 성공한다면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현실화할 전망이다.우선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재무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 예산처를 국무총리 산하 혹은 대통령실 직속으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재부 권한의 핵심인 예산기능을 떼어내는 게 주된 목적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말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각 정부 부처의 예산편성권을 쥔 기재부가 그간 국가 재정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운용해 왔단 게 당내 일각의 문제의식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기재부 조직 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당국도 개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서다. 애초 금융당국은 기재부의 외청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기재부 권한 조정에 따라 금융위와 금감원도 줄줄이 역할과 기능이 재편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재부에서 예산기능을 빼내는 대신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산업 기능을 기재부로 옮기는 방안이 언급된다. 국제 금융을 관장하는 기재부에 국내 금융도 몰아줘 한 부처가 국내외 금융정책을 맡게끔 하려는 취지다. 금융정책 일원화 차원에서, 금융위로 기재부의 국제 금융 기능을 이관하는 정반대의 시나리오도 함께 거론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두 개 조직으로 쪼개는 방안이 이야기된다. 금감원을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 등 쌍봉(雙峯)형 체계로 나누는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금융 '감독'에 대한 전권을 금감원에 내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금융당국 개편안은 정반대의 시나리오가 함께 거론될 정도로 민주당 내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단 전언이다. 민주당 정무위 한 의원은 "기재부부터 금감원에 이르기까지 엮인 사안인 만큼 각 부처 의견 수렴도 필요한 상황이어서 대선 이후로 구체화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공약집에는 원론적 표현 외에 세부적 개편안은 안 담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금융권은 이미 정부 조직 개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물밑 대응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 금융사 대관 담당자는 "2008년부터 지금의 형태를 갖춘 만큼 금융당국 개편은 한 차례쯤 손볼 시점이 됐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거론되는 개편안들도 설득력 있어,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 유관기관 한 대관 담당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인수위원회 격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꾸려 두 달가량 가동되는데 이때 정부 조직 개편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국 개편은 업무 체계가 뒤바뀌는 일이라 실현을 전제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