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20만원 찍나"…뮤지컬 티켓값 눈치싸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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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플레이션의 역습"누가 먼저 20만원을 찍을 것인가?"
뮤지컬 VIP석 20만원 초읽기
비용 상승에 티켓값 올려도
제작사 "남는 것 거의 없어"
관객은 관객대로 불만 커져
"오픈런으로 수익 회수해야"
올 여름 기대작으로 꼽히는 뮤지컬 '위키드'와 '위대한 개츠비'를 두고 공연업계에선 이런 말이 오갔다. 결과적으로 두 작품 모두 VIP석 가격이 19만원으로 결정됐지만, '20만원 시대'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켓플레이션(티켓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을 완화하기 위해선 장기 공연과 가격 탄력제 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눈치싸움 된 티켓값 결정
14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내한하는 뮤지컬 '위키드'와 8월 개막하는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진출작 '위대한 개츠비'의 VIP석 가격은 각각 19만원으로 책정됐다. VIP석 가격이 처음으로 20만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19만원으로 결정됐다.
"장기공연 환경 마련해야"
국내 공연 제작사는 치솟은 제작비 현실과 소비자 눈높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한 작품에 100명 이상(대극장 뮤지컬 기준) 투입되는 스태프들의 인건비, 흥행을 좌우하는 배우들의 개런티, 무대 제작비 등 각종 비용은 빠짐없이 늘었다. 해외 원작을 들여오는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환율 상승 여파로 달러로 지불하는 로열티 선급 비용도 불어났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현재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서울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무대를 새로 제작했다"며 "무대를 섬세하게 구현하기 위해 음향, 조명, LED(발광다이오드)패널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티켓값을 탄력적으로 매길 수 있도록 장기 공연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뮤지컬은 2~3개월 안에 막을 내린다. 신 대표는 "티켓 가격을 계속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최소 4개월 이상, 나아가 오픈런(기간을 정하지 않고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연기간이 늘어나고 공연장도 확충된다면, 외국처럼 좌석에 따라 가격 등급을 세분화할 수 있고 다양한 할인 제도 도입도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