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냐 실력이냐…'프리퍼드 라이' 논쟁 불 지핀 PGA챔피언십
입력
수정
시즌 두번째 메이저 PGA챔피언십 1R
대회 전 거센 폭우로 페어웨이 물러져
메이저 권위 위해 '프리퍼드 라이' 적용 안해
셰플러·쇼플리, 페어웨이 잘 올리고도 샷 미스
"정확한 샷·거리 콘트롤 능력보다 우연이 결과 만들어"
15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는 세계 1~3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잰더 쇼플리(미국)가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셰플러는 부동의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는 지난달 탄생한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쇼플리는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으로 올 시즌 가장 뜨거운 스타들의 동반라운드가 성사된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셰플러는 2언더파 69타를 치고 비교적 선전했지만, 쇼플리가 1오버파 72타,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매킬로이는 3오버파 74타로 커트 통과를 걱정해야할 정도였다.
상위권은 다소 의외의 선수들이 차지했다. PGA 투어 4승의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가 버디 9개와 보기 2개로 7언더파 64타를 기록, 2타 차 단독 선두로 1라운드를 마쳤고 캠 데이비스(호주)와 라이언 제라드(미국)가 5언더파 66타로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16번홀(파4)에서는 세계 톱3 선수가 모두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셰플러와 쇼플리는 모두 티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보냈지만 두번째 샷이 물에 빠졌다. 매킬로이는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면서 코스 공략에 실패했다. 미국 ESPN은 이 홀에서의 플레이를 소개하며 "트리플 더블보기"라고 표현했다.
이변의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은 진흙묻은 공, '머드볼(mud ball)'로 지목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 지역 일대에는 사흘간 120mm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그린은 서브에어 시스템으로 컨디션을 회복했지만 문제는 페어웨이였다. 폭우에 잠겼던 페어웨이는 땅이 물러져 대회 첫날까지도 온전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리프트, 클린 앤드 플레이스'는 대회의 권위를 떨어뜨려 메이저 대회에 걸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많아서다. 자연과 인간의 경쟁으로 불리는 골프에서는 주어진 환경대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인위적으로 공을 닦아 변수를 제거하는 것은 골프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16번홀에서 '트리플 더블' 참사의 주인공이 된 셰플러와 쇼플리는 한목소리로 프리퍼드 라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셰플러는 경기를 마친 뒤 "골프 순수주의자들이 '공이 놓인대로 경기하라'고 주장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들은 골프공을 컨트롤하고, 샷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사람들이 '우연'때문에 모든 것을 결정할 기회를 뺏긴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실력보다는 운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는 지적이다. 쇼플리 역시 진흙 묻은 공이 "오늘 내 샷의 상당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반면 선두권 선수들은 프리퍼드 라이 여부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공에 진흙이 묻은 것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4언더파를 친 라이언 폭스는 "PGA 오브 아메리카가 프리퍼드 라이를 시행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메이저 대회이지 않나"며 "1,2개 샷에서만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7언더파를 치며 1타 차 선두로 1라운드를 마친 애런 라이 역시 "PGA 오브 아메리카의 심판들은 선수인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주최측의 결정을 지지했다.
남은 대회 기간 동안에는 덥고 건조한 날씨가 예보돼있다. 코스가 마르면 머드볼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쇼플리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코스 표면이 마르더라고 그 아래에는 여전히 진흙이 있는 '케이크 존'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진흙탕 속에 들어간 진흙 더미 공을 집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