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입도선매 나선 엔비디아…"대만에 글로벌 R&D본부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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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AI산업 왜 강한가매년 9월이 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눈과 귀는 스위스에 쏠린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공개하는 ‘세계 인재 순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인재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IMD 순위에서 아시아 1위(홍콩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 제외)는 어김없이 대만이다.
(下) 공학 인재 강국으로 우뚝
기업·대학·정부 'S급 인재' 육성
반도체기업 출신이 경제부 장관
"유학생 年 2.5만명 AI산업 투입"
TSMC는 직원에 의사급 연봉
대학들은 AI 석·박사 쏟아내
글로벌 기업도 대만 인재 러브콜
이유가 있다. 정부와 기업이 손발을 맞춰 인재를 키워내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의 강력한 인공지능(AI)·반도체 인재 육성에 따라 국립 명문대들은 매년 500명이 넘는 석·박사급 인재를 쏟아낸다. TSMC 등 현지 기업은 의사보다 높은 연봉으로 똑똑한 인재의 공대행(行)을 유도한다. 그러자 구글 등 빅테크도 대만 인재를 사기 위해 현지에 연구개발(R&D) 거점을 짓는다. 대만이 불과 10여 년 만에 ‘AI 하드웨어 수도’가 될 수 있었던 메커니즘이다.
◇ 공학 인재 천국 대만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해 9월 IMD가 공개한 ‘2024년 세계 인재 순위’에서 종합 18위를 기록해 한국 중국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제조업 기반 국가 중 1위에 올랐다. 중국은 38위, 일본은 43위에 그쳤다. 한국은 26위였다.IMD의 평가 결과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 TSMC에서 확인할 수 있다. TSMC는 지난해 직원에게 평균 332만대만달러(약 1억5000만원)를 지급했다. 전년보다 21.7%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TSMC뿐만 아니라 여러 대만 AI·반도체 기업이 최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연봉을 제시한다”며 “대만에서 반도체 엔지니어의 위상은 의사와 변호사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반도체 기업 출신 장관이 인재 육성
그만큼 대만 엔지니어의 실력은 뛰어나다. 대만 정부는 2021년 ‘국가 중점 분야 산학 협력 및 인재 양성 혁신 조례’를 발표했다. 핵심은 정부, 기업, 대학이 손잡고 반도체 등 전문연구학원(대학원)을 설립해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 결과 타이완대(타이베이), 청궁대(타이난), 양밍자오퉁대(가오슝), 중산대(가오슝), 칭화대(신주) 등 5대 국립대에서 매년 500명 넘는 석·박사를 배출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산학연의 성공 열쇠가 기업과의 협력에 있다고 보고 TSMC 등 기업이 있는 곳에 대학원을 세웠다.지난해 취임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AI·반도체 인재 육성에 더 적극적이다. 경제부 장관에 TSMC 협력사 출신인 궈즈후이를 임명하고 ‘실무형’ 인재 육성을 주문했다. 궈 장관은 지난해 “4년 안에 대만 AI 응용산업을 세계 3위로 끌어올리겠다”며 4년간 10만 명의 해외 유학생(대만인 포함)을 지원해 대만 AI산업에 재투입하는 그림을 그렸다. 계획대로 되면 본토 인력 10만 명을 더해 20만 명의 AI 인재가 대만에서 활동한다.
◇ 끈끈한 외국계·대학 R&D 거점
글로벌 기업들도 대만 인재 ‘입도선매’에 나섰다. 2022년 타이베이에 AI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 엔비디아는 아예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글로벌 R&D 본사’를 대만에 짓기로 했다. 5년간 1000명이 넘는 AI·반도체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프로젝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 컨스털레이션으로 이름 붙인 R&D 본사를 타이베이 인근 베이터우스린과학단지에 짓는다”고 발표했다.리사 수 CEO가 이끄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지난해 가오슝, 타이난 두 곳에 AI·첨단 반도체 연구 거점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신베이에 AI폰 등 하드웨어 R&D 단지를 운영 중이다. 일본 첨단소재 기업 도레이도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을 위한 R&D 시설을 대만에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