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완주하겠다"는 이준석의 '단일화 게임'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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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완주' 선언했던 안철수
공수 교대…이준석에 적극 러브콜
李, '0선 당 대표'와 '3자 구도 승리' 등
기존 정치 문법 깨본 경험…이번에는
2022년 2월 20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17일 앞두고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하며 한 말입니다. 국민의힘의 단일화 압박이 거세지던 가운데, 그는 '완주'를 선택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히며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완주 선언' 12일 뒤인 3월 3일, 윤석열 후보와 전격 단일화를 선언하며 "국민 통합 정부의 초석을 함께 놓겠다"고 말했습니다.
◇ 2022년 안철수…그리고 2205년의 이준석
그리고 지난 22일, 21대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 서서 대선 완주를 선언했습니다.그는 "국민 여러분이 받아보실 투표용지에는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의 이름이 선명히 보일 것"이라며 "며칠간 단일화 운운하면서 국민의힘이 가한 행위는 굉장히 모욕적이었고, 선거를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 앞으로 국민의힘 어떤 인사와도 단일화와 관련해 소통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문장은 달랐지만, 이날 기자회견장에 깔린 기류는 3년 전 안철수의 완주 선언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았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후보가 3년 만에 완벽하게 '공수 교대'를 했다는 점입니다. 3년 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안 의원의 결렬 선언 이후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놓고 장사 그만하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반대로, 3년 전 '단일화 압박'의 대상이었던 안 의원은 최근 여러 방송과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통해 이 후보에게 가장 적극적인 단일화 구애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후보의 유세 현장을 직접 찾아가기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 기존 정치 문법은 '결국 단일화'…이준석은 다를까
정치권에서는 '결국 단일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옵니다. 과거 안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 후보가 '대선 완주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단일화 이슈를 한껏 띄우는 최근의 움직임이 오히려 단일화 시점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는 "단일화는 안철수 모델을 참고삼아 28일 정도가 아닐까 한다. 투표용지에 4번은 찍힐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이준석 대표를 봐 왔는데, 진짜로 하기 싫으면 무반응이며 제가 토론하자고 몇 달째 요청하는데 반응도 없고 무시 전략을 편다. 저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기사화되는 방법이고 효과가 커서, 둘째는 (단일화를) 안 할 생각이 아니라서라고 생각한다"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제3당'이 살아남기 힘든 한국의 정치 환경과 '완주 선언 후 단일화'로 귀결된 전례를 고려하면, 이런 해석이 나오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결국 단일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 후보가 차기 대선 주자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면 이번 선거에서 최대치를 얻은 것이라는 주장을 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이번엔 기존의 정치 관행을 깰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습입니다. 과거 그 어떤 선거 때보다 '제3의 후보'가 선거를 완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가장 다른 점은 상대가 '동탄의 기적'을 맛봤던 이준석 후보라는 점입니다. '0선'의 당 대표 당선 경험과 개혁신당 창당 및 총선 당선까지, 이 후보의 그간 행보는 그간의 정치 문법을 깨부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누구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던 '3자 구도'의 선거에서 당선되어 의원이 된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도 '동탄 모델'을 자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이 후보의 지지층이 과거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중도 실용주의를 추구하던 안 후보 지지층과 달리, 이 후보를 지지하는 층은 '기득권 정당과의 선 긋기'에 훨씬 더 강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이런 의심의 시선을 물리치기 위해 '완주 기자회견'을 하면서 '분노의 백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기자들의 각종 질문에 "모욕적"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단일화 입장을 뒤집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또 공언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 후보가 기존의 정치 문법을 깨고 '대선 완주'를 할 수 있을까요. 단일화는 오랜 정치 공학 공식이지만, 완주는 구조를 바꾸는 변수입니다.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보여주는 선택은 '제3정당 독자노선'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