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重 주식 美펀드에 매각 … 북미사업 '우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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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펀드에 2600억 블록딜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이 보유하고 있던 효성중공업 주식을 대량으로 팔았다. 납부해야 할 상속세 마련 차원에서다. 조 회장 주식을 사들인 곳은 미국의 대형 테크펀드로 향후 효성중공업의 미국 사업에서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북미 공략·상속세 마련 차원
최대주주 유지 … 경영권 영향 없어
주가 잠깐 출렁였다 상승 마감
효성중공업은 조 회장이 전날 주식시장 마감 후 효성중공업 주식 45만6903주(지분율 4.9%)를 주당 56만8100원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23일 공시했다. 매각가는 전일 종가(59만3000원)에서 약 4.2% 할인됐으며, 거래액은 약 2596억원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조 회장의 효성중공업 지분율은 14.89%에서 9.99%로 낮아졌지만, 최대주주가 ㈜효성(지분율 32.47%)인 만큼 경영권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조 회장은 매각 대금 일부를 상속세 납부에 사용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작고한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으로부터 ㈜효성, 효성중공업 등의 주식을 상속받았는데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20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 회장의 주식을 사들인 미국 펀드는 테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곳으로, 이번에 효성중공업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며 협력 관계를 맺게 됐다. 운용자금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펀드는 한국의 전력솔루션 기업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었다. 조 회장도 장기 투자를 원하는 매각 대상을 찾아 서로 ‘윈윈’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핵심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대주주의 추가 주식 매각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블록딜 소식이 전해진 이날 주식시장에서 효성중공업은 5% 넘게 하락하기도 했지만, 주식을 사들인 곳이 미국의 대형 테크펀드이고 장기 투자한다고 알려지면서 전날보다 1.18% 오른 60만원으로 마감했다. 주식시장 관계자는 “해외 대형펀드가 미국에서 초고압 변압기 사업을 하는 효성중공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고, 수천억원 단위의 투자로 이어졌다는 점이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됐다”고 했다.
최근 북미 지역의 전력 수요 급증으로 효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매출 1조761억원, 영업이익 1024억원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성상훈 기자 uphoon@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