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실종된 초등생…36년 만에 가족 만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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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5월 실종됐던 초등학생
장기 실종 전담부서에서 전면 재수사
생활반응, 입양 여부 등 확인 끝에 가족 찾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989년 5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의 나이로 실종됐던 최모씨(45)를 찾아내 지난달 가족과 만남을 주선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1988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건강까지 악화하면서 서울 강동구 소재의 고모 집에 맡겨졌다. 친척집에서 생활하던 그는 1989년 5월 돌연 자취를 감췄다.
당시 고모는 서울 강동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으며, 가족들끼리 뿔뿔이 흩어져 지내다 33년이 지난 2022년 7월 최씨의 모친과 어렵게 만나게 된 일을 계기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다시 실종신고를 했다.
재신고된 사건이 지난해 2월 장기실종사건 전담부서인 서울청 형사기동대로 이관되면서, 전면 재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은 최씨가 다녔던 초등학교의 생활기록부 열람, 경찰 보유 데이터와 건강보험·통신사 가입 여부, 각종 지원금 지원 여부 등의 생활 반응을 주기적으로 확인했다.
신원이 불분명한 무연고자일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에 서울과 경기지역 등의 보호시설 52개소를 찾아 조사한 끝에 무연고자 309명의 DNA를 채취했다. 노숙인 보호시설도 수시로 확인하고 홀트아동복지회 등을 통한 입양 여부도 확인했다.
어린이와 노인 등의 지문·사진부터 보호시설 입소자들의 사진과 실종 시기 등을 등록해놓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활용해 수사하던 경찰은 최씨로 의심되는 대상자를 39명으로 좁혔다.
다각도의 수사 끝에 보호시설 입소기록 등을 확인해 1명을 특정하고 가족들의 진술까지 확보했으나, 해당 인물의 생년월일이 최씨와 달라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경찰은 이후 최씨와 같은 1980년생 동명이인 95명에 대해 조사하던 중, 최씨가 1995년에 성본창설(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등의 이유로 신분을 얻기 위해 스스로 성씨를 만드는 것)을 하면서 생년월일을 다르게 적어낸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 감정을 거쳐 최씨를 최종 확인했다"면서 "지난달 가족과의 상봉을 주선한 뒤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김영리 기자 smartkim@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