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와 꽃망울처럼 활짝, 소테(Saut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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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단비의 발레의 열두 달
"3월은 정원에서 가장 바쁜 달, 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달이다. 그렇게 애써 공들여 해 놓았는데 살을 에이는 꽃샘추위가 와서 애를 끓인다"
- 카렐 차페크 <정원가의 열두 달> 3월 중에서
카렐 차페크처럼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알고 있다. 달력으로 볼 때 3월은 틀림없는 봄이지만 여전히 겨울과 봄이 주도권을 놓고 뒤척이며 다툼하는 달이라는 사실을. 기온은 몇 번씩 엎치락뒤치락 변신을 하지만 그래도 3월이면 봄의 기운이 솟기 시작하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눈을 뜨기 시작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경칩(驚蟄)에도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발레에서도 경칩의 이미지를 닮은 동작이 있다. 바로 소테(Sauté)이다. 발레에는 디테일이 조금씩 다른, 다양한 점프 동작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테로 통칭된다. 바닥에서 발을 떼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든 동작은 소테이다.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을 향해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천상의 춤, 발레. 그래서 소테는 가장 발레다운 동작이다.
턴아웃된 두 발의 뒤꿈치를 서로 맞붙이고 무릎과 허벅지가 옆으로 향하는 1번 자세에서 위로 솟구치듯 점프하거나 두 발을 포갠 5번 자세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통 소테라고 부르는데, 턴아웃된 두 발을 양옆으로 어깨너비만큼 벌리는 2번 자세에서 뛰어오르거나, 아라베스크 자세로 펄쩍 뛰어오르는 것도 소테이다.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그 동작은 봄을 맞이한 개구리처럼 신이 나고, 땅 속에서 싹을 틔우고 이제 막 땅을 뚫고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새싹처럼 기특하고, 나뭇가지 위에서 반짝 꽃잎을 펼치는 벚꽃처럼 화사하다. 그 에너지에는 생명력이 있다. 소테는 봄의 생명이다.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사계>를 바탕으로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 막스 리히터(Max Richter, 1966~)가 재작곡한 이 음악은 2012년 첫 선을 보였을 때부터 화제가 됐던 곡이다. 조용히, 반복적인 리듬과 선율을 보이는데도 이 음악 안에서 새싹들이 솟아오르려는 강렬한 소테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무용수들이 춤추는 모습은 마치 땅 속 깊이 잠들어 있던 씨앗들이 봄볕에 발아하듯이 꿈틀거리고 곧 땅 위를 뚫고 솟아오를 기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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