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라일스, 셔캐리 리처드슨…
개성 넘치는 단거리 스타들 담아내
미국에 집중된 시선은 한계

<스프린트>를 보는 즐거움은 종목 자체에서 비롯된다. 복잡한 룰도 거추장스러운 장비도 없이, 오직 맨몸 스피드로 판가름 나는 게 100미터, 200미터 종목이다. 선수들의 집념 가득한 눈빛, 0.01초로 메달이 뒤바뀌는 아슬아슬함, 관람객의 아드레날린까지 자극하는 질주의 순간이 있다.
다큐멘터리는 선수들 가까이에서 그 순간들을 담아낸다. 부다페스트 대회 두 달 전, 파리 세계육상협회 다이아몬트 리그에 전 세계 엘리트 선수들이 모여든다. 대회를 앞둔 식사 시간, 경쟁자들은 어깨를 부딪치며 인사하지만, ‘내가 최고’라는 은근한 과시도 빼먹지 않는다.

<스프린트>는 경기장 밖 선수들의 불안과 강박도 놓치지 않는다. 도쿄올림픽에서 예상 밖의 100미터 금메달로 단숨에 스타가 된 마르셀 제이콥스(이탈리아). 인기곡 딱 하나 내고 잊혀지는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가수처럼 될까봐 두려워한다.
엄청난 개성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셔캐리 리처드슨도 기록 앞에서는 종종 무너진다. 해맑게 웃다가도 기자들의 질문에 날을 세운다. 그 대척점엔 차분한 개비 토머스(미국)가 있다.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녀는 도쿄올림픽 여자 200미터에선 동메달을 따며 ‘초능력자’란 별명을 얻었다. 누가 울고 웃게 될까.

그럼에도 <스프린트>의 초점은 미국 선수들에게 가 있다. 노아 라일스와 셔캐리 리처드슨 같은 유망주들이 마침 꿈틀거리는 시점이기도 했다. 덕분에 다큐는 이들의 활약으로 충분히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빚어냈다. 엔딩 또한 꽤 감동적이다. 선수들의 도전이 현재진행형이란 점에서 ‘엔딩’이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넷플릭스는 볼만한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셀러브리티들을 재조명한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와 <베컴>, 포뮬러 원 현장을 세밀하게 담은 <F1 : 본능의 질주> 등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의 라이브 이벤트 ‘RAW’를 독점 중계하겠다고 나섰다. 애플, 디즈니 등 글로벌 OTT들의 중계권 경쟁엔 오히려 뒤늦게 뛰어든 셈이다.
스포츠와 선수들의 세계는 때로 영화보다 드라마틱하다. <스프린트>엔 깊이 있는 인간 탐구나, 종목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 역학 같은 것은 없다. 대회를 빠짐없이 본 육상 팬들에게는 새로운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기대감을 예열하기엔 볼만한 다큐멘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