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모가격이 희망 범위 하단을 밑도는 종목이 속출했다. 최근 두 달 새 증시에 입성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곳의 공모가가 희망 범위를 밑돌았다. 기업들이 공모가를 깎지 않으면 증시에 입성하지 못할 만큼 시장 분위기가 팍팍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주 수난시대…11곳 중 7곳 제값 못받았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IPO를 위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을 시행한 11개 기업(스팩·인프라펀드 제외) 가운데 7곳의 공모가가 희망 범위를 밑돌았다. 희망 범위 하단에서 가장 크게 벌어진 곳은 방사성의약품 기업인 로 나타났다. 희망 범위 하단(1만2300원)보다 34% 낮은 8000원으로 공모가를 잡았다.

반도체 설계 업체 쓰리에이로직스(-29%), 신약개발 기업 온코크로스(-27%),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업 (-23%), 방산 기업 (-18%), 신약개발 기업 온코닉테라퓨틱스(-18%), 배터리 장비 기업 (-16%) 등의 공모가도 희망 범위보다 18~30% 낮게 설정했다.

반면 전력업체인 와 디지털 문서 기업 , 가상현실(VR)기업 벡트, 의료기기 기업 파인메딕스 등의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으로 결정됐다. 이들 기업은 ‘몸값’ 90억~200억원대에 불과한 소형 공모주였다. 희망 공모가 상단을 초과해 설정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올해 초 IPO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증시에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희망 범위 상단을 웃돈 것과 비교해 상반된 분위기다. 올 상반기 상장한 29곳 가운데 27곳이 상단을 넘겼다.

상장을 연기한 뒤 공모가를 낮춰 증시 재입성을 추진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증시 재입성을 꾀하는 축산물 플랫폼 미트박스글로벌은 공모가 희망 범위를 기존 2만3000~2만8500원에서 1만9000~2만3000원으로 조정했다. 공모가 하단 가격 기준으로 17% 하향 조정했다.

배정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