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2025 신년회에서 정의선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 김 현대차 대외협력·PR담당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정 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창현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사장. /임형택 기자
6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2025 신년회에서 정의선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 김 현대차 대외협력·PR담당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정 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창현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사장. /임형택 기자
중국과 경쟁하는 기업들은 요즘 “해법이 안 보인다”는 말을 달고 산다. 안 그래도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은데 최근 들어 기술력도 부쩍 올라서다. 석유화학, 배터리, 가전, 철강, 반도체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중국의 사정권에 들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우선주의와 계엄 사태 여파로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모두가 ‘퍼펙트 스톰’에 휩싸였다며 비상경영에 나선 이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 회장은 6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대내외 상황이 어렵다고 움츠러들어선 안 된다”며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현대차 DNA로 혁신”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지각 변동에 휩싸여 있다. 중국의 전기차 공습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수입차를 막기 위해 관세 장벽을 쌓고 있어서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통의 강호들은 감산과 감원에 나섰고, 일본 2~3위 회사인 혼다와 닛산은 합병 절차에 들어갔다. 이날 현대차 신년회에서 정 회장 연설 직전에 상영된 동영상에도 현대차의 라이벌로 떠오른 중국 비야디(BYD) 전기차들이 나왔다.

세계 3위인 현대차·기아도 거센 파도의 영향권에 있다. 정 회장은 하지만 위기보다 기회에 초점을 맞췄다. 정 회장은 “올해가 위기냐, 기회냐는 반반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우리 상황에 대해 걱정도 있지만 희망도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 잘됐으니 올해도 잘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극복해온 현대차그룹의 DNA가 있으니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171만 대를 팔았다. 지난 3일에는 아이오닉 5, 아이오닉 9 등 5개 차종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 처음 들어가는 호재도 있었다.

성 김 현대차그룹 대외협력·PR담당 사장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롱 텀 플래닝’을 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다”며 “너무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고 (상황을)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사장)도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량 목표를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늘릴 것”이라며 “신중하지만 동시에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경쟁사와 협력 가능”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중국 전기차 공습으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은 편이다. 현대차의 주력인 미국시장에 중국 전기차가 입성하지 못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는 점을 감안해 하이브리드카로 체력을 비축하면서 중국 전기차와의 본격적인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카, 전기차를 다 갖춘 현대차그룹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올해 팰리세이드(하이브리드카), 아이오닉 9, 넥쏘 후속 수소차를, 기아는 EV4, 타스만, EV5, PV5 등을 글로벌 시장에 쏟아낸다.

현대차그룹은 이렇게 번 돈으로 수소차(현대차),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포티투닷), 산업용 로봇(보스턴다이내믹스), 도심항공교통(슈퍼널) 등 미래 기술을 키우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수소는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영역으로 전체적인 수소 밸류체인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를 책임지는 송창현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사장은 “가장 중요한 건 우수 인재 확보”라며 “소프트웨어를 내재화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양산차에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합종연횡과 관련해선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도 힘차게 뻗어나가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자와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동맹을 맺은 것을 비롯해 웨이모, KT, 삼성전자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김재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