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국내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20%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경영 환경 악화로 올해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를 확대해도 국내보다 해외에 집중하는 다른 기업과는 다른 행보다.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시점을 앞당겨 고꾸라진 내수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은 올해 24조3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9일 발표했다. 지난해 국내 투자 집행액(20조4000억원)보다 19%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그룹의 연간 투자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투자 항목별로 R&D 11조5000억원, 생산시설 확충 등 경상투자 12조원,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AI) 등 전략투자 8000억원이다.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는 R&D다. 1년 전보다 2조원 가까이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차세대 플랫폼, 수소 등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핵심 기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경상투자도 1조원가량 늘린다. 울산에 전기차 전용공장과 하이퍼캐스팅(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공법) 공장을 짓고, 경기 화성시에는 기아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을 세운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차와 기아가 16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등 나머지 계열사가 8조원을 쓴다. 현대제철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건립하고, 현대건설은 수전해 수소생산사업 및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사업에 목돈을 투입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친환경 자동차운반선(PCTC)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모빌리티 혁신’의 허브인 만큼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내수경기가 안 좋은 점을 감안해 국내 투자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