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제임스 쿼텟, 그들만의 언어로 전하는 특별하고도 따뜻한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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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민예원의 그림으로 듣는 재즈
공연 <밥 제임스 쿼텟 아시아 투어>
공연 <밥 제임스 쿼텟 아시아 투어>


색소폰의 안드레이 츄무트(Andrey Chmut), 베이스의 마이클 팔라졸로(Michael Palazzolo), 드럼의 제임스 애드킨스(James Adkins) 세 젊은 뮤지션들과 함께 찾아온 밥 제임스. 그는 86세라는 고령의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열정적으로 진두지휘 하였다. 'Sea Goddess'를 첫 곡으로 시작하여 'Feel Like Making Love', 'Night Crawler' 등 그의 걸출한 명곡이 이어졌고, 즉흥 연주를 기반으로 한 연주는 신선하고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베이스의 마이클 팔라졸로는 거대한 콘트라베이스를 마치 일렉 기타 다루듯 하며 화려한 스킬을 선보였다. 멤버들의 중간에 위치하여 피아노, 색소폰, 드럼의 연주를 다방면으로 두루 살피고 자신이 받쳐 줄 땐 무겁게 무게를 드리우다가도 돋보일 찬스가 들어오면 거침없이 베이스 지판을 온몸으로 쓸어내렸다.


이와 더불어, 밥 제임스의 노련한 멤버 '간택’은 스무스 재즈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자칫하면 올드한 분위기로 진행될 수 있는 순간에서 이 세 젊은이들의 세련된 연주가 이어지면, 장르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왔다. 밥 제임스 또한 그러한 바람에 호응하듯 더욱 새롭고 자기다운 연주를 선보였다. 마치 그들의 젊은 에너지를 자기의 것으로 마구 흡수하듯이 말이다.
눈을 감고 음악만 듣고 있자면, 누가 노인이고 누가 청년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연장자의 세심한 배려, 그리고 예리하고도 젊은 감각이 스무스 재즈의 재탄생을 이루어냈다.

이는, 리더인 밥 제임스의 품성과 리더로서의 마음가짐이 남달랐기에 가능할 것이다. 밥 제임스 쿼텟의 멤버들은, 그가 단순 밴드 리더이기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밥 제임스의 유머러스하고 부드러운 품성이 돋보이는 순간이 나타날 때마다, 무대 뒤에서도 그가 어떻게 자신의 멤버들을 존중하고 대하는지를 엿 볼 수 있었다. 필요나 이해에 따른 비즈니스가 아니라 서로의 음악적 세계에 진심으로 동참하고픈 애정이 함께했던 것이다.

이어진 밥 제임스의 신곡 'The Secret Drawer'는 한국인 작곡가 레이첼 곽과 공동 작업한 곡으로, 통통 튀는 발랄한 멜로디와 함께 밥 제임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근원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후 신나는 연주곡이 계속되며 그의 명곡 'Westchester Lady'를 끝으로 공연은 화려한 막을 내렸지만, 역시나 이어진 앙코르에선 가장 유명한 곡이자, 유명 TV 프로그램 'Taxi’의 OST이기도 한 'Angela'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연주해내며 한국에서의 소중한 공연을 마무리하였다.
절망이 이어지는 연말연시,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는 것이 어찌 보면 조금은 어려운 일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음악은 곧 뮤지션들의 언어이다. 누군가는 함께 울거나 안아주는 것이 위로의 언어라면, 뮤지션들은 당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주와 공연으로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연주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받아주는 밥 제임스 쿼텟 멤버들 간의 마음이 음악으로 전해진 덕일까, 이번 내한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한 감동과 위로를 남겨주었다.
음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능력. 우리의 귀로 들어와 마음을 직접 어루만져주고,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의 감정을 곧바로 느끼게끔 전해주고, 그렇게 음악 안에서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큰 빛을 발했던 밥 제임스 쿼텟의 내한 공연이었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의 대표•작가
[ ♪ 밥 제임스 - Westchester Lady (키보드. 밥 제임스/베이스. 마이클 팔라졸로/드럼. 빌리 킬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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