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역 50m내 3社 집결…법률시장 선점 경쟁
태평양·세종·광장 등 이전·확장
ICT·노동·통신·미디어 분야까지
인력 늘리고 본사와 연계 강화
IT 노조 늘자 잇단 판교行
네카오 이어 게임업계 등 가세
임단협 등 노조 영향력 커지며
노동 전문 변호사 수요도 급증
국내 대형 로펌들이 경기 성남시 판교역 50m 반경에 집결해 정보기술(IT)기업 법률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테크원타워 6층, 광장이 같은 건물 3층, 세종이 바로 옆 건물인 그레이츠판교로 분사무소를 이전하면서다. 세 곳 모두 공중 보행로로 연결돼 있어 사실상 법률타운을 형성하게 됐다.
○세종·광장 판교 상주 변호사 확대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종은 판교 분사무소인 이노베이션센터를 그레이츠판교로 확장 이전하고 상주 변호사를 5명에서 12~13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송우용 노동전문 변호사를 비롯해 정연아(플랫폼·인공지능) 박준용(스타트업) 안준규(방송통신), 이원석(게임) 변호사 등을 새로 영입하며 전문 인력을 보강했다.
세종은 새 사무실에 대형 회의실과 오픈스페이스를 도입했다. 조중일 세종 변호사는 “기존에는 인수합병(M&A) 자문 위주였는데 판교 기업 특성을 고려해 정보통신기술(ICT), 노동, 공정거래, 지식재산권(IP) 분야 전문가를 확충했다”며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리는 전략적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광장도 9명인 판교 상주 변호사를 12~13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술·미디어·통신(TMT)과 노동 분야 인력을 대폭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광장은 판교사무소와 본사 간 업무 연계를 위해 양쪽에 공유 오피스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대형 로펌 최초로 판교에 분사무소 인가를 받은 법무법인 태평양은 6명의 상주 변호사를 포함해 본사를 오가는 인력 등 15명 규모로 판교사무소를 키워 운영 중이다. 주 1회 이상 출근하는 준상주 인력까지 포함하면 실제 활동 인원은 더 많다.
민인기 태평양 변호사는 “판교는 IT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대거 자리잡고 있어 각종 기업 자문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규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밀착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업계 노조 설립으로 수요 늘어
로펌들이 ‘벤처 혹한기’에도 판교 상주 변호사를 늘리는 주된 이유는 IT기업의 노조 설립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제1·2판교테크노밸리 입주 기업은 1803개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임직원은 약 7만9000명에 이른다. 이 중 대기업은 65개, 중견기업은 129개다. 업종별로는 IT가 전체의 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생명공학기술(BT·12%), 문화콘텐츠기술(CT·9%)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의 노조 설립은 2018년 네이버를 시작으로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으로 이어졌고 지난해에는 엔씨소프트 NHN 넷마블까지 가세했다. 올 1월에는 야놀자와 인터파크트리플, 5월 넷마블, 11월에는 우아한형제들 노조인 우아한유니온이 출범했다. IT업계 노조 대부분은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IT위원회 지회 형태다.
네이버 노조가 2018년 화섬노조를 상급단체로 삼은 이후 후발 IT기업 노조들이 이 흐름을 따르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설립 3개월 만에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등 성과를 내면서 다른 기업 노조 설립을 이끌었다.
IT기업들은 높은 인건비에 실적 부진까지 겹친 상황에서 노조와의 임금 교섭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권고사직, 구조조정이 업계 화두가 되면서 노조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 전문 변호사 수요도 크게 늘었다. 김태주 광장 변호사는 “노조 설립 이후 임금협상, 단체교섭 등 노무 이슈가 급증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법률 자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