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광인' 전략…韓과 제2 플라자 협정 체결 가능성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한다. 개인 야망까지 더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미국을 넘어 세계를 지배하려는 트럼프 집권 2기의 국정 목표다. MAGA 달성 여부는 대외적으로 무역적자, 대내적으로 재정적자를 얼마나 줄이느냐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제 위상은 무역수지와 재정수지가 흔들릴 때마다 크게 약해졌다. 2차 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가 첫 고비를 맞은 것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이었다. 금과의 태환이 보장되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세계 교역량이 급증하자 달러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1970년대 초반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은 유럽 국가들이었다. 마셜 플랜까지 겹쳐 급증하기 시작한 무역적자가 재정적자로 전이될 위험에 놓이자 닉슨 정부는 한편으로는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 국가에 보편 관세를 부과했다.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화 가치를 올리면 보편 관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닉슨 정부는 1973년 달러인덱스까지 만들어 유럽 국가가 절상 요구를 얼마나 수용했는지를 평가할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과는 유럽 국가 사이에 ‘닉슨 쇼크’라는 용어가 나돌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통화 가치가 급등한 유럽 국가들은 미국 수출이 급감했고 지금까지도 경제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럽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미국은 2차 오일 쇼크로 사상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그 틈을 빠르게 파고든 국가가 일본이다. 엔화 약세를 타고 일본의 제조 수출업체가 몰려오자 미국 경제는 쌍둥이 적자이론이 공식 태동할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

국가신용등급 강등 직전까지 몰렸는데도 강달러가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인위적으로 이를 시정하려고 나섰다. 바로 ‘플라자 협정’이다. 닉슨 정부 때처럼 보편 관세를 동원하지 않아도 됐다. 다른 플라자 협정 체결국도 ‘대일 무역적자’에 시달리다 보니 공동 대응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트럼프 '광인' 전략…韓과 제2 플라자 협정 체결 가능성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플라자 협정 체결 이후 10년 동안 엔·달러 환율은 260엔대에서 80엔대로 급락했다. 미국은 ‘강달러’를 시정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본 경제는 엔 강세 충격으로 무너졌다. 워낙 충격이 커 루빈 독트린,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 강세를 시정하려고 했지만 지금도 일본 경제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흔들리고 미국도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겪자 이번엔 중국이 급부상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최대 실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용인한 일이다. 일본과 아시아 4룡이 포스너(M V Posner)의 기술격차 이론상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무주공산이 된 미국의 저가 시장을 파고들 길을 내줬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1기에는 나바로 패러다임으로 디커플링(decoupling·차별화)에 나섰지만 중국과의 격차가 10년 이내로 좁혀졌다. 오히려 설리번 패러다임으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 속 공존)을 추구한 조 바이든 정부 때는 30년 이상으로 다시 벌어졌다. 중국을 딛고 MAGA를 달성하려고 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치욕적인 일이었다.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닉슨의 전략을 들고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중국 한국 등 미국의 무역적자국을 대상으로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예상한 대로 인플레이션 재발과 고금리·강달러의 부작용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시련이 될 수 있다는 시각까지 나온다.

무역적자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다음 수순이다. 닉슨 전략 추진 과정을 보면 보편 관세 부과 후 무역적자국을 대상으로 자국 화폐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면 관세를 면제해 준다. ‘광인 전략‘(狂人 戰略·madman strategy)에 익숙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고금리·강달러 부담을 한방에 누그러뜨리면서 쌍둥이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중요한 것은 무역적자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요구를 수용하면 1970년대 초 유럽 국가, 1990년대 이후 일본처럼 경기가 침체하는 부담이 따른다. 반대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발동하는 슈퍼 301조에 따라 보편 관세보다 몇 배 강한 보복 관세가 부과된다.

제2 플라자 협정에 해당하는 ‘마러라고 협정’ 논의가 계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중국과의 ‘상하이 밀약설’이 의외로 잘 지켜졌다. 집권 2기에는 중국 한국 등과 마러라고 협정 체결이 가능할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그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국 혼란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