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불멸의 두 얼굴, 암에 숨겨진 삶의 의미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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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김범석 지음
흐름출판
428쪽
2만4000원
김범석 지음
흐름출판
428쪽
2만4000원
![죽음과 불멸의 두 얼굴, 암에 숨겨진 삶의 의미는[서평]](http://img.www5s.shop/photo/202501/01.39274631.1.jpg)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암 환자는 급증하고 사망 속도는 더 빨라졌다. 과연 암은 영원히 인류가 정복할 수 없는 것인가. 김범석 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 임상교수는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를 통해 기원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암을 향한 인류의 투쟁을 소개한다. 암을 치료하기 위한 과학자와 의사들의 여정을 탐구하며 암과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폐암으로 잃으면서 의사로서 생명과 죽음에 대해 공부하겠다고 결심한다. 죽음이 생각보다 빨리 온다는 것을 경험한 저자는 ‘우리는 왜 죽는가’, ‘사람은 왜 암으로 죽는가’, ‘암은 도대체 어떤 병인가’ 등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이 질문들은 저자를 의사의 길로 이끌었고 응급실, 암 병동, 소록도 등 수많은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죽음의 순간과 마주한다.
저자는 죽음은 늘 예측할 수 없었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고 전한다. 죽음이 예측 가능한 직선이 아니라, 어느 순간 급격히 무너지는 임계점의 문제라고 봤다. 99도의 물이 100도에서 수증기가 되는 것처럼, 불과 1도 차이로 생과 사의 경계점이 갈라진다는 것. 현대 의학은 아직도 생과 사의 갈림길을 정하는 죽음의 경계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심장, 폐, 뇌, 신장, 소화관 등 수많은 장기 하나하나가 어느 정도 손상을 입었을 때 어떤 문제를 일으키며 사망에 이르는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암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합성화합물인 항암제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중에 우연히 발견했다. 히틀러의 생화학 무기 사용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군이 갖고 있던 겨자 가스탄이 폭발하면서, 이 독가스에 의해 암세포가 죽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최초의 항암제는 사람을 죽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살리는 독이었다.
과학의 발전이 계속되면서 암세포가 성장하는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법인 분자표적항암제가 새로운 길을 열었다. 특정 유전자가 암세포를 자라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에 착안해 그 유전자를 목표로 삼아 암의 진행을 막는다. 하지만 이 또한 표적이 없는 암세포나 돌연변이가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
최근의 암 연구의 전환점은 면역항암제의 등장이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암과 면역체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적은 내부에 있었다고 분석한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과정을 알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나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겠다고 저자는 결심한다. 암의 치료에서 암을 통해 생명을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전환하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려운 의학 이야기를 자기 경험을 곁들여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다. 죽음을 외면하는 대신 그것을 직시하는 순간, 오늘을 더 잘 살아낼 힘이 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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