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명절 도시락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3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명절 도시락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편의점 업계가 설 연휴를 맞아 다양한 '명절 도시락'을 선보였지만 정작 손길은 기존 간편식으로 향했다. 지난해보다 상품 가격이 오른 탓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한 끼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손길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올해 설 명절 도시락으로 ‘명절 11찬 도시락’을 설 연휴 시즌에 맞춰 출시했다. 가격은 7500원이었다. 이마트24도 모바일 게임 '모두의마블'과 협업해 ‘소불고기떡만둣국정찬’(5900원)과 '떡만둣국&모듬전’(5900원)을 내놨는데 모두 6000원에 육박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안유성 셰프를 내세워 ‘안유성명장 마늘갈비정식’(6900원)을 선보였는데 역시 7000원에 근접했다.

이들 편의점이 전년 설 기획으로 출시한 도시락 상품들 평균가격(6125원)보다 6%가량 올랐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일반 도시락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일반 도시락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연휴가 끝난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와 용산구에 위치한 편의점들을 둘러보니 설 연휴 동안 명절 도시락을 찾은 손님은 전년보다 줄거나 비슷했다는 대답이 많았다.

이들은 명절 도시락 가격이 비싸져 오히려 기존 출시된 일반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라면 등을 찾은 손님이 더 많았다고 했다. 고물가에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명절에도 쉽게 풀리지 않은 셈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10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60대 점주는 “기획 상품으로 나와 가격이 비싼 명절 도시락보단 일반 도시락이 더 많이 팔렸다”며 “명절 도시락이 7000원을 훌쩍 넘으니 손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 근처 편의점 직원 신모 씨도 “연휴 동안 고향에 가지 못한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왔다”며 “도시락보다는 삼각김밥이나 라면을 더 많이 사갔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학생들이다 보니 가격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도시락 가격 상승에 대해 “원재료 가격이 오른 영향도 있지만 작년보다 음식 구성이 더 다양해지면서 공정 과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올해 편의점에서 출시한 설 명절 도시락의 구성을 보면 CU는 11종, 세븐일레븐은 14종으로 반찬 종류가 지난해보다 세분화됐다. 이마트24 역시 기존 떡만둣국에 모둠전을 더해 상품으로 출시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