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 예외 조항) 도입에 반대해 온 야권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유연·탄력근로제 활용률이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기간 이상 적용 시 11시간 이상 연속 휴식을 의무 부여해야 하는 탓에 제도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크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2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삼성전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 4만 명(중복 포함) 중 유연·탄력근로제를 활용한 인력 비중은 6.5%(2600명)에 그쳤다. 이 중 탄력근로제를 이용한 인력 비중은 0%(0명)였다. 1개월 단위 선택근로제 적용은 1.75%(약 700명)에 그쳤고, 1개월 초과 선택근로제를 이용한 인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가장 활용률이 높은 특별 연장 근로 이용 비중도 4.25%(1700명)에 머물렀다. 근로자 개별 동의는 물론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용까지의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재량근로제의 경우 관리자가 구체적 업무 지시를 할 수 없어 활용률이 0.5%(200명)에 불과했다.

특히 탄력·선택근로제 활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11시간 연속 휴무 조항이 족쇄가 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탄력근로제는 3개월 초과 적용 시, 선택근로제는 1개월 초과 적용 시 업무 마감 직후 11시간을 연속해 쉬게 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품 개발 시 최소 6개월~1년의 집중 근로가 필요한 반도체 업체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는 평가가 많다. 구체적으로 △긴급한 프로젝트 조기 종료 △휴식 중 돌발 업무 발생 대응 △개인 사유에 따른 조기 출퇴근 △선호 근무시간대 업무 집중 △익일 통근버스 이용 등에 제한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 핵심 개발인력 700여 명 중 11시간 휴식을 부여하기 어려운 인력 비중은 500명으로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1개월 단위 선택근로제 또는 특별 연장 근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기간만 유연 근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야당은 반도체특별법 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제외하고, 기존의 유연·탄력 근로 활용을 높이는 방식을 대안으로 주장해 왔다. 반면 여당은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해 이달 특별법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국내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은 밤낮없이 일하는 경쟁국과 엄청난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용·성장으로 노선을 바꾼 만큼 국가 발전을 위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