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하루하루 일상의 무게에 눌려 음악 같은 건 오래전에 기억의 저편으로 떠내려 보낸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로 너무 많은 돈을 주체하지 못해 온갖 명품으로도 성이 차지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전자가 보통 사람이라는 말에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조금 노력하면 음악을 못 들을 정도의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자료지만 전 세계엔 50억대의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전세계 음악 스트리밍 마켓 쉐어 / 자료출처. © MIDiA Research Ltd
전세계 음악 스트리밍 마켓 쉐어 / 자료출처. © MIDiA Research Ltd
아마도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유튜브의 어느 영상에 짧은 위로를 얻기도 할 것이다. 한 장의 로또 복권을 손에 쥐고 좌절된 욕망을 하릴없이 종잇조각에 투사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사람들. 어쩌면 이런 모습이 보통 사람의 가장 평범한 모습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제대로 된 오디오는 없다. 기껏해야 이어폰 정도에서 그치지 방이나 거실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랗고 압도적인 위용을 가진 오디오는 보통 사람들에겐 머나먼 것들이다. 게다가 가장들의 이런 사치를 용납해줄 가족들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 커다란 궤짝 스피커를 거실에 놓고 가족들이 함께 즐기던 추억은 이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지 절대 보통의 풍경은 아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금의 이러한 트렌드와 맞물려 보통 사람들을 위한 비교적 저렴하고 작은 오디오들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위한 올인원 헤드폰 앰프부터 시작해 이젠 CD 플레이어가 따로 없어도 음악 듣는 데 문제가 없어 오디오의 몸집이 한결 가뿐해진 탓이다. 때론 스피커와 앰프,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동거시킨 블루투스 스피커도 보인다. 아니, 가장 보통의 사람들에겐 이런 블루투스 스피커가 일반적인 오디오의 통념에 더 가까운 형태다.
네임 오디오 유니티 아톰 헤드폰 에디션(Naim Audio Uniti Atom Headphone Edition) / 사진출처. © Naim Audio
네임 오디오 유니티 아톰 헤드폰 에디션(Naim Audio Uniti Atom Headphone Edition) / 사진출처. © Naim Audio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들을 줄 아는 섬세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제대로 갖춰진 하이파이 시스템 또는 하이엔드 시스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보다 근사한, 그리고 적어도 스피커는 분리된 오디오 시스템을 원한다. 다만, 그것이 방과 거실을 화려하게 가득 채울 필요는 없을 뿐이다. 작아도 괜찮은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작은 것이 요즘 세상엔 공간 활용이나 가족들과의 평화에 더욱더 이바지하는 면이 없지 않다.

이럴 땐 올인원 앰프에 스피커 한 조가 딱 어울린다. 내가 사랑한 가장 보통의 하이엔드 오디오(?)라면 오라노트에 조그만 북셀프를 매칭해서 들었던 오디오 세트다. 오라노트라고 하면 기억하고 있을 오디오 마니아, 음악 애호가가 많을 것이다. 온 국민의 집에 하나의 오디오를 주장했던 에이프릴 뮤직에서 출시했던 올인원 앰프다. 디자인은 영국 산업 디자인의 전설 케네스 그란지가 맡았다. 코닥 카메라, 파커 보펜, 임페리얼 타자기가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오라노트는 MOS-FET 트랜지스터를 채널당 두 개씩 사용한, 이른바 싱글 엔디드 푸시풀 회로로 설계되었다. 출력은 작지만 대신 음질, 음색은 수백 와트 대출력 앰프보다 더 낫다. 게다가 CD 플레이어 기능을 가지고 있어 오랜 세월 음악을 들어온 중, 장년층 음악 애호가의 시디 컬렉션도 활용할 수 있다.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USB 입력을 통해 음원을 들을 수 있다. 나에게 오라노트는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도 오라노트를 한 대 가지고 있고 오래 사용할 요량으로 얼마 전 점검을 마친 후 다시 책상 옆으로 복귀시켰다. 작고 가볍고 편리한 오디오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음질에서 여전히 오라노트를 대체할 올인원 앰프는 찾기 힘들다.
오라노트
오라노트
하지만 최근 불어 닥친 올인원 오디오는 조금 양상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 사이 테이프를 재생하는 카세트는 물론이고 턴테이블이 필요했던 LP의 입지가 좁아졌다. 게다가 CD 또한 메인스트림의 왕좌에서 물러나 뒷방 신세다. 그 모든 수요는 음원이 빨아들였다.

처음엔 파일 재생으로 시작해서 이젠 80% 이상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되었다. 소스 기기의 종류와 사이즈는 한없이 축소되었다. 게다가 앰프는 클래스 AB가 아닌 클래스 D 또는 아예 디지털 앰프 기술이 고도로 발전 중이다. 모든 상황은 소형화의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켜갔고 이젠 과거 올인원의 반의반 사이즈보다도 작은 사이즈에 올인원 제품을 탄생시키는 트리거가 되었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중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추천할만한 제품은 다름 아닌 윔 앰프다. 전면 너비가 19cm 정도로 작고 무게가 1.84kg 정도로 가볍다. 게다가 전면엔 볼륨 하나와 LED 불빛만 보일 정도로 미니멀 디자인이지만 이 제품은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최신 네트워크 앰프다. 블루투스, 에어플레이는 기본이며 DLNA/UPnP를 지원하고 타이달, 스포티파이 커넥트 같은 유명 온라인 스트리밍에 대응한다. 게다가 크롬캐스트를 지원해서 유튜브 볼 때 편리하다.
윔 앰프(Wiim Amp)
윔 앰프(Wiim Amp)
무척 유튜브 뮤직이 인기이기도 하고 TV나 데스크톱 PC로 영상과 음악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윔 앰프의 HDMI ARC 입력을 십분 활용해 더욱 박진감 넘치게 음악 또는 영화, 드라마를 즐길 수도 있다. 클래스 D 증폭으로 출력은 8옴 기준 60와트. 이 작은 앰프에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는 건 순전히 현대 디지털 기술의 진보 덕분이다.

이 외에도 최근 몇 년간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올인원 앰프는 대세가 되었다. 윔앰프는 대표적인 모델일 뿐이며 이 외에도 블루사운드의 파워노드 시리즈, NAD의 M10 라인업 그리고 더 상위 모델은 린, 네임 오디오, 캠브리지 오디오 등에서 출시되고 있다. CD 시대가 저물고 저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다. 이제 음악은 소유의 시대를 넘어 공유의 시대로 완전히 연착륙했다. 내가 좋아했던 오라노트 같은 앰프의 시대가 지나고 윔 앰프 등 유무선 스트리밍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네트워크의 시대가 온 것이다.
윔 앰프(Wiim Amp)
윔 앰프(Wiim Amp)
더 나아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에서도 시대에 걸맞은 네트워크 앰프를 선보이고 있다. 트렌드의 변화는 오직 극단적인 최고의 음질을 위해 많은 편의 기능을 삭제하고 앰프와 소스기기의 분리, 앰프도 프리, 파워로 분리, 하물며 소스 기기도 트랜스포트와 DAC, 클럭 등으로 모두 분리해내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그저 극소수의 오디오 파일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장 보통의 하이엔드 오디오란 형용모순이다. 그러나 이런 형용모순이 보통의 평범한 언어로 굳어진다면 더 이상 하이엔드란 표현은 사라져도 좋을 것이다.

코난 오디오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