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급성장한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업체 간 경쟁 심화와 경기 불황 영향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쿠팡 등 주요 e커머스 업체도 덩치 키우기보단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시장(자동차, 연료 제외) 온라인 침투율(전체 소비액 중 온라인 구매 비율)은 2023년 44.9%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0%대 중반이었지만, 3년 만에 1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작년에는 50% 선에 육박했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추정한다.

국내 온라인 침투율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주요 유통업체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소매시장 성장세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과 맞물리면서 정점을 찍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5.78% 증가했다. 2021년 증가율(20.17%)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티메프(티몬, 위메프) 미정산 사태’도 온라인 쇼핑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e커머스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상당수 e커머스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컬리, SSG닷컴 등은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출혈 투자를 해왔다. 그렇게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종국엔 수익으로 연결되리라고 본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이미 과점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시장 전체 파이가 다시 급격히 커지지 않는 한 압도적으로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투자금도 급감하자 e커머스 업체들은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매출 40조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쿠팡은 마진율 높은 뷰티 상품군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최근엔 자체브랜드(PB) 자회사 씨피엘비의 브랜드 ‘엘르 파리스’를 통해 신규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e커머스인 SSG닷컴, G마켓, 옥션 등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배송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e커머스 SSG닷컴과 G마켓, 롯데쇼핑의 e커머스 플랫폼 롯데온, 매각을 추진 중인 11번가 등은 지난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고물가로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C커머스(중국 e커머스)의 공세마저 거세지자 업체들이 외형 성장보다 수익 개선에 초점을 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email protected]